경제·금융

과기진흥재단(과학대중화를 위하여)

◎돈·장비 부족 ‘30년노력 아쉽다’/예산 18억… 대형사업 추진 애로/「과학축전」 성공 계기 변신 박차 「서른 잔치는 끝났다」 과기처는 간판을 단지 30년째 되는 지난 4월(과학의 달) 한달간 풍성한 과학기술 행사로 생일잔치를 치뤘다. 「서른 잔치」는 지난달 18∼24일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과학축전」에 47만여명이 참가하고 19일 대덕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KBS 「열린 음악회」(27일 방영)에 3만여명이 참석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지난 94년 「술보다도 술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한 젊은 여류 시인 최영미의 시처럼 「술 떨어지고, 사람들도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난」, 곧 과학의 달이 끝난 지금, 과학대중화에 대해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지난달 21일 김영삼 대통령은 대덕 한국과학기술원 강당에서 열린 과학의 날 30주년 기념식에서 올해를 「과학대중화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국내 과학대중화 역사를 뒤져 보면 일제시대의 독립운동가 김용관선생이 1933년 민족해방운동으로 「과학의 민중화」를 부르짖고 40년이 지난 73년 박정희 대통령이 전국교육자대회에서 「전국민의 과학화」를 강조한 적이 있다.  「원년」은 본래 「나라를 세운 해」 또는 「왕이 즉위한 해」로, 「새로운 연호를 시작한 해」를 말한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원년」이라는 표현은 과학대중화를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김대통령은 김용관 선생부터 박정희 대통령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온 과학대중화사업에 대한 성과와 노력을 어떤 근거에서 「0점」이라고 평가한 것일까.  아니면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김대통령이 과연 과학대중화에서 새로운 「연호」를 사용할만큼 참신한 구상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일단 김대통령은 지금까지 진행된 정부의 과학대중화사업의 점수를 「0점」이라고 평가한 듯하다. 정부의 과학대중화사업을 주도하는 과기처 산하 한국과학문화재단(이사장 조규하)의 현황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은 지난해 3월 한국과학문화재단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간판을 바꾸기 직전까지 진흥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컴퓨터는 모두 2대였다. 286 PC 1대와 386 PC 1대. 펜티엄(586)이나 486 PC는 커녕 386 PC 몇 대라도 아쉬운 판이었다.  「성경도 읽어보지 못한 전도사」라고나 할까. 「과학기술의 복음」을 널리 베풀고 있는 진흥재단이 바로 첨단 과학기술의 혜택을 제일 먼저 받아야 할 불쌍한 「극빈자」였던 것이다.  또 당시 근무하던 30여명 가운데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직원은 2명에 불과,「첨단 과학기술의 전도사」로 자처하기에는 미흡한 면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과학대중화사업을 주관하는 기관의 연간 예산이 불과 18억원 정도. 그나마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빼면 몇천만원짜리 고만고만한 사업이 대부분이다.  이뿐아니다. 문화재단의 자료실 서가에 꽂힌 서적은 불과 5천권 수준이다. 여기서 자체 발간한 서적과 보고서, 그리고 아무도 읽지 않는 영문·일문 서적들을 제외하면 시골의 마을 도서관 수준이다.  지난해 문화재단에 부임한 조규하 초대 이사장의 첫 사업은 업무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1인당 1대씩 컴퓨터를 보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은 금방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어려웠다.  과기처는 최근 재계로부터 과학문화기금을 모으기 위해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을 재단의 이사로 영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단의 이같은 실태를 파악한 재계의 C회장은 『한마디로 황당하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재단이 이런 엉터리 수준이라면 정부의 과학대중화 정책은 뿌리부터 썩어 도무지 싹을 피울 수 없다. 정부가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 어느 기업이 기금을 출연하겠느냐』고 잘라 말했다.<허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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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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