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관 ‘포트폴리오’ 부심(「IMF 구제금융」후 증시 흐름:중)

◎우량종목군 대폭 축소/환율수혜·재무 양호/투자기업 ‘1순위’ 꼽아기관투자가들은 요즘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IMF구제금융이후 예상되는 초긴축으로 금리상승이 불가피한데다 이로인해 주식시장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 명백하지만 과감하게 주식을 정리하지도 못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한 투신사 임원의 말은 향후 기관투자가들의 투자행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전반적인 주가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삼성전자 등 초우량주 뿐 아니라 전반적인 주식 투자비중을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위 매수 면책종목으로 불리는 우량종목군도 기존 30여개에서 10∼20개수준으로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반적인 보유주식 축소속에 우량주 판별기준을 바꾼다는 말이다. 이같은 기관투자가들의 생각은 이미 11월들어 일부기관들에 의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2일의 외국인투자한도 확대이후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우위 조치가 유야무야 되면서 국내기관투자가들은 3천3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투신사는 3천9백58억원의 순매도를 보여 가장 많은 주식을 내다팔았고 종금사들도 7백20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아직까지 판 주식보다 사들인 주식이 많은 다른 국내기관들도 최근들어 증권사를 제외하고 매도량을 서서히 늘리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종목을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 H증권의 주식운용부장은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난뒤 국내기관들의 포트폴리오 교체작업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우리도 환율상승으로 혜택을 받고 초긴축경제 아래서도 살아남을수 있는 기업의 주식투자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IMF가 요구하는 경제정책은 긴축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년간 우리경제는 자금난과 저성장의 터널을 지나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이같은 경제흐름은 주식시장에서의 주가판도를 바꾸어 놓을 것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교체는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국내기관들이 꼽는 매수대상 종목성격은 환율상승 수혜주와 현금흐름이 양호한 재무구조 우량주이다. 앞으로 1∼2년간 지속될 현재의 원화환율은 수출을 촉진하고 수출품의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기 때문에 환율상승 수혜주는 매수대상 제 1호에 해당한다. 또 초긴축으로 인해 금리상승이 예상되고 이 과정에서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 한계기업은 자연도태될 것이기 때문에 재무구조 우량기업도 매수종목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앞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금융기관 자금차입이 힘들어질 뿐 아니라 직접금융시장인 주식시장에서 조차 찬밥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장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높은 종목과 보유부동산등 높은 청산가치를 인정받아 고주가를 유지해 왔던 자산주들도 긴축과 상업용부동산 가격의 하락가능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재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은 고성장보다 안정성장이 가능한 업종을 영위하고 있고 부동자산이 아니라 유동자산과 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을 우량주범주에 넣고 포트폴리오 교체작업을 진행시킬 것으로 보인다.<최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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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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