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全作展 여는 한국영화계 거장 임권택 감독

"영화 찍고나면 항상 후회 남아 죽을 때까지 만족 못할 것 같다"<br>초기 10년간 50편 찍어 너무 많아 다 기억 안나 내 영화 못알아 보기도<br>영화로 우리 문화 알리며 큰 일 하고 있다 생각들어

"내가 60~70년대 10년 동안만 50편의 작품을 찍었단 말이죠. 너무 많이 찍어서 뭘 찍었는지 기억이 안나니 그때 내가 무슨 짓을 해놨는지 때론 얼굴이 부끄럽기도 하고. 이번에 전작전(全作展)을 한다니깐 기쁘기도 하지만 무슨 개망신이 될 지 모른다는 거지(웃음)"

올해로 76세. 반 세기 동안 영화를 만들어 온 노장 감독의 손은 세월의 힘에 부쳐 가늘게 떨렸지만 농을 치며 세월을 돌아보는 이야기 속엔 자부심이 묻어났다. 여름비가 내리던 지난 6일 아침, 자신의 101번째 영화의 개봉과 전작전 개최를 앞두고 있는 임권택 감독을 상암동 영상자료원 앞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몇 해 전에 TV에서 60년대 영화를 하나 봤어요.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다 보고 나니 내 영화더라고요. 개봉 무렵에 보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기억이 날 리가 있나"

스스로 '삶으로부터 도피했던 세월'이라 불리는 60~70년대 임 감독은 50여 편의 영화를 찍었다. 영화를 찍자는 주문이 오면 무조건 찍었고 찍고 나면 잊어버렸다.


"그 당시 제 영화들은 미국 영화의 흉내내기였어요.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되나 싶어 서서히 각성을 하기 시작했고 한국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관련기사



한국 문화의 특성을 살린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며 임 감독은 해외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서편제'(1993), '춘향뎐'(2000), '취화선'(2002) 등으로 이어지는 임 감독의 작품들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며 우리나라 영화계의 자부심이 됐다.

전통문화를 소재로 영화를 찍는 데 책임감을 느끼냐고 질문했다. 그는 "남들이 안 하니깐 하게 된다"며 "우리 문화를 영화에 담아 세계인과 공유할 때 '나도 영화를 통해 큰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 감독의 101번째 영화인'달빛 길어올리기'는 하반기 개봉을 준비 중이다. 한지를 소재로 한이 작품은 영화계 3대 메이저 투자ㆍ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롯데 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고 공동 배급을 결정했다. 임 감독의 작품은 흥행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내린 결정이라는 게 배급사측의 설명이었다.

'사회적 책임'이 돼버릴 정도의 의미가 생긴 임 감독의 작품들이지만 정작 본인은 만족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 찍고나면 항상 후회가 남아요. 죽을 때까지 만족을 못할 것 같아. 산다는 것은 완성을 지향하는 것이지 완성을 만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죠"

작품에 만족해 본 적이 없다는 한국 영화계의 거장은 다시 태어나도 영화 감독을 하고 싶을까? "영화가 참 재미는 있거든. 그러니깐 이렇게 미쳐서 사는 거지"웃으며 갈음하는 그의 대답에 만족보다 더 큰 행복이 담겨있는 듯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