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초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실버산업의 대표적 의료기기인 보청기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애플이 세계 3대 보청기 브랜드인 GN 리사운드사와 손잡고 이미 진출한데다, 글로벌 보청기 시장이 연평균 8%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생각이다.
22일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보청기 제작에 필요한 부품인 증폭기(소리를 증폭시키는 제품)를 납품하는 150억원 규모의 물품구매를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폭기는 난청 환자들이 귀에 착용하는 리시버(스피커처럼 소리를 내보내는 부품)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이다. 삼성전자는 증폭기를 납품받아 직접 완성된 리시버를 제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리시버와 스마트폰을 연동해 난청 환자들이 스마트폰과 보청기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난청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최근 의료기기사업부에서 보청기의 핵심부품인 증폭기를 납품하는 150억원 규모의 물품구매를 발주했다"며 "부품이 납품되면 자체적으로 보청기를 개발해 내년에 출시되는 차기작 갤럭시S7 와 함께 공개할 계획으로 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이재용 부회장이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 강화 일환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안다"며 "애플도 GN 리사운드사와 협력해 보청기 사업을 하고 있고 글로벌 보청기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는 보청기 사업을 웨어러블 기기의 대표주자인 스마트워치에 이어 또 다른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모바일 헬스케어' 진출을 발판으로 삼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개발하는 보청기는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폰인 '갤럭시S7'가 선보이는 내년 초 공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부서는 소비자가전사업부문(CE) 내에 의료기기사업부다. 이 부서는 2011년 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을 인수하기 전 신설한 부서로 2012년 팀에서 사업부로 승격됐다. 주목할 점은 의료기기사업부가 삼성메디스에 있는 보청기사업팀만 흡수해 보청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선보일 보청기는 기존에 난청 환자들이 허리에 매는 중계기를 스마트폰에 탑재해 리시버를 바로 무선으로 연결해 이용함으로써 훨씬 편리하도록 개선된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삼성전자는 보청기 사업 진출을 부인했지만 최근 150억원 규모의 물품구매 발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보청기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보청기 세계 시장규모는 올해 84억3,500만 달러(약 9조321억원) 수준으로 오는 2019년에는 117억5,900만 달러(약 12조5,915억원)로 연평균 약 8%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내 보청기 산업 규모는 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