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흣날리는 후꾸오카에서 당당히 세계 마라톤을 석권한 이봉주 선수, 이제는 우리 국민의 자랑거리인 그를 보면서, 문득 지난 여름 올림픽의 아쉬움이 떠오른다.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투과니와 선두 다툼을 벌이는 숨가뿐 경주에 들어서자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메달에 대해 별 기대를 않던 국민들도 손에 땀을 쥐며 금메달을 기대했고, 기대가컸던 만큼 아깝게 놓친 금메달을 아쉬워 했다.
금메달을 놓친 것이 아니라, 은메달을 딴 것이라고 하지만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국민들의 안타까움은 컸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금메달을 거머 쥔 것보다 더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너무나 만족스럽고 여유만만하게 미소지으며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에 『사람이 너무 좋고 착해서 그렇다. 마라토너의 승부근성이 부족한게 아니냐』여러가지 말이 많기도 했다.
그런데 애틀란타에서 보았던 그 미소가 결코 2등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후쿠오카에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가 지난번 애틀란타에서 은메달에 그친 것이 실력차이 때문이 아니었음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애틀란타에서 보여준 사람좋은 웃음 뒤에는 내 실력이 결코 은메달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옹골찬 다짐이 있었던 것이고, 1위를 향한 집념과 오기를 다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달리는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마라톤을 하기에는 최악의 신체 조건을 갖추고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을 생각해 보면, 그가 얼마나 대ㄹ한 투지의 소유자인지는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기는 하다.
늘 황영조의 그늘에 가려있던 그에게는 누구보다도 2등의 설움이 뼈아프게 저며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다는 마라톤의 고통보다도 더한 무게로 그를 짓눌렀을 것이다.
사람 좋게만 웃던 그의 웃음 속에 승리를 향한 비수가 숨겨져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그만큼 1등과 2등의 차이는 크다. 돌아오는 혜택도 물론 크려니와, 2등이 1등이 되는 것은 3등이 2등으로 올라서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어느 분야에서건 최고가 되자면 겉으로 드러나는 노력은 물론이고, 남모르는 노력과 각오가 없으면 안된다.
비지니스 또한 최고를 향한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10년이 넘게 노력해도 선발업체를 따라잡지 못하는 후발업체가 있는 반면, 독점에 호황으로 안주하다 시대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도 있다.
1위 자리를 뺐는 것은 웬만한 각오나 노력없이는 힘든 일이고, 1위 자리를 계속 지킨다는 것도 못지 않게 어려운 일이다. 이봉주 선수의 세계 1위, 기억해 둘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