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 시원한 걸 찾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청량음료뿐 아니라 이온음료ㆍ과실주스ㆍ건강음료ㆍ커피음료 등 종류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지난 1960~1970년대만 해도 사이다가 고작이었다. 아무리 가방이 무거워도 사이다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어릴 적 소풍날이 생각난다.
병 음료의 유통은 테두리가 주름진 병마개, 일명 '왕관 뚜껑(Crown Cap)'개발로 새 지평을 열게 됐다. 1892년 특허를 받을 당시에는 주름의 수가 24개였으나 현재는 병 크기에 상관없이 21개로 굳어졌다. 이보다 적으면 가스가 새고 더 많으면 따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유리병은 내용물의 맛과 향이 변질되지 않는 장점을 가진 대신 깨지기 쉽고 무겁다. 1952년 스웨덴의 테트라팩 회사가 종이팩을 개발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플라스틱 코팅 종이를 사면체 팩으로 형상화한 이 혁신적인 용기는 매년 10억개씩 생산되며 7년여 만에 비 탄산음료 시장의 유리병을 모두 대체해 버렸다.
1970년대 말에는 페트병이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바이오 소재 비율을 높이고, 물에 녹는 라벨을 부착해 100%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이 출시되고 있다. 알루미늄 캔도 개봉이 쉬운 대신 남은 내용물 보관이 어려웠던 고리형 뚜껑에서 리캡(Recap) 기능을 강화한 NB(New Bottle)캔으로 대체 중이다.
음료수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걸쳐 패키징이 진화하고 있다. 상품의 보호ㆍ운반ㆍ보관 등 제조업의 보조수단으로 기능하던 것에서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플러스알파(+α) 산업으로 급부상 중이다. 먼지와 미생물을 통제할 수 있는 용기 개발이 즉석 밥 시장을 열고, 김장독의 원리를 구현한 패키징으로 김치 수출을 늘린 것이 한 예다.
최근에는 사용의 편리성ㆍ운반ㆍ보관의 용이성 외에 친환경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소비자의 시선이 가장 먼저 닿기 때문에 디자인도 중요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 및 공법이 요구되는 첨단 융합산업으로,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이끌며 동반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패키징 산업의 국내 시장 규모는 이미 27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그린패키징 개발, 관련 중소기업 지원 등을 확대해 오는 2015년까지 43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옷이 날개라고 했다. 제품에 옷을 입히는 패키징 산업의 약진과 함께 우리 제조업도 더 높이 비상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