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골프와 사람] "실 없는 농담 글로 엮었죠"

'소설 US오픈'쓴 송근명 변호사

‘한국 벤처 재벌이 상금을 천문학적으로 올리면서 US오픈을 한국에 유치, 골프를 접고 외국에 은둔했던 한국의 무명선수가 출전한다. 그리고 타이거 우즈와 접전을 펼친다.’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한 이 이야기는 현직 변호사가 지난해 말 펴낸 ‘소설 US오픈’의 중심 내용이다. 대회를 한국에 유치한 벤처 기업의 음모와 김민철이라는 무명 선수가 난관을 극복하는 기상천외한 방법 등이 재미를 더한다. 절벽을 너머 치는 홀과 블레이드가 낫처럼 날카로워 거친 러프를 단숨에 쳐낼 수 있는 웨지 등 황당하지만 ‘아, 그래’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내용이 골퍼들의 눈길을 끈다. “평소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면서 농담으로 주고 받던 내용들, 또 방송을 보면서 혼자 상상했던 것들을 다른 골퍼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딱딱한 법조문을 탈피해 글을 쓸 수 있는지 체크해 보는 기회 였죠.” 책을 쓴 송근명(51ㆍ사진)변호사는 “실 없는 조크들을 글로 엮었다”고 했지만 “라운드 동반자들이 소설 내용을 인용해 농담을 하고 독자들이 이메일로 평을 보내기도 한다”며 소설 때문에 골프의 또 다른 즐거움이 생겼음을 자랑했다. 그는 지난 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충남 도청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다가 다시 사법고시에 도전, 변호사가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골프 소설을 쓴 과정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2003년 3월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지 사흘 만에 전체 줄거리를 완성했다”는 그는 “1,000자 원고지를 사서 무조건 쓰기 시작했는데 처음 한달 동안 열심히 쓰다가 우습기도 하고 누가 출판해줄까 싶기도 해 중단했다”면서 “해를 넘기고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지 싶어 다시 펜을 들고 두 달 가량 더 써서 완성했다”고 말했다. 사흘동안 생각하고 석 달 동안 써서 소설을 내 놓은 셈. 그러나 일이 대충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틈틈이 메모하고 없는 시간을 쪼갰다. 그는 “지난해 2월 남아공에서 열렸던 프레지던츠컵을 TV로 보다가 타이거 우즈가 깊은 갈대 숲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홀 상황을 적어 뒀다가 소설 속의 11번 홀로 응용했다”고 했다. 바다 위 절벽을 건너 치는 홀은 중국 골프 여행을 갔다가 본 홀을 적어둔 것이고 낫 웨지는 평소 러프에서 하던 생각이었다. 기업 분식 회계와 비자금 조성 등은 기사를 스크랩해두고 참고했다. “쓸 시간 내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는 그는 “집에서 쓰다가 사무실로 들고 나왔다가 그것도 안돼 매일 점심 시간에 회사 건물 지하 레스토랑에서 펜을 놀렸다”고 말했다. “일의 특성상 딱딱한 사람이 되기 쉽다”는 송근명 변호사. 하지만 동반자가 페어웨이로 볼을 잘 보내면 큰 소리로 ‘멀리건(?)’을 외치면서 웃음을 유도한다는 그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음 샷”이라며 “앞으로는 더 즐겁게, 다소 덜렁거리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송 변호사는 구력 8년에 핸디캡 11의 골퍼로 생애 최소타는 2002년 유성CC에서 기록한 74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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