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 개발 1호인 코데코(KODECO)사의 위기는 여러면에서 충격적이다.「외환위기와 무분별한 투자, 막연한 기대」의 합작품. 인도네시아 서마두라 가스전으로 야기된 국내외 산업과 금융의 피해는 이들 3박자의 결과로 평가된다. 물론 아직까지 서마두라유전의 경제성 여부와 코데코사의 존망여부가 결말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중은행이 적색거래업체로 분류해 관련 조치를 취한데다 한국석유공사가 정부를 대행, 100억원이 넘는 돈을 대지급했다는 사실은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해외유전 개발, 시작과 절망= 이번에 문제로 떠오른 서마두라 해역 가스전 개발은 국내 제 1호 해외유전 개발사업. 최초의 해외투자라는 기록도 함께 갖고 있다. 마두라 유전개발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80년대 초. 2차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가 국가적인 과제였다.
마침 마두라에서 「대형 유징 발견」 보고가 올라오고 당시 5공 정부는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고 수출입은행과 석유개발공사(현 석유공사)가 동원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량이 가채매장량 추정치보다 훨씬 적어 사업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너무나 성급히 많이 뽑아내려는 욕심으로 가스전의 분출압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아무튼 생산량이 급감하고 국내외 금융기관에 대한 상환도 어려워졌다.
90년대 후반 인도네시아가 외환위기에 빠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마두라 가스전에서 산출된 가스를 인도네시아 전력청 산하 전력회사로 공급하던 코데코사도 위기를 맞았다. 루피아화의 가치가 떨어져 가스판매량이 같아도 수입이 25%수준으로 격감한 것. 원자재 등 생산비용은 달러로 지급되고 비용은 루피아화로 지급하는 코데코는 경영난, 자금난에 빠져 들었다.
◇사업마다 부진, 탈출구가 없다= 코데코사의 지주회사격인 남방개발은 합판 시멘트 산림개발등에 주력했다.그러나 4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98년 초에 준공한 시멘트회사도 어려움에 봉착했다.외환위기로 수요가 줄고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합판과 전자 대부분 사업의 수요처가 사라졌다. 유일한 흑자원이던 산림개발과 야자수개발사업은 투자회임기간이 너무 길었다.
◇국내기관 금융 피해 = 지난해 6월 기준 최소한 3,700억원에 달한다. 이회사를 정밀 분석했던 안홍회계법인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기관 차입은 총 5억5,000만달러 이상. 이중 3억3,000만달러가 국내 차입이다. 안홍회계법인 관계자는 『국내외 기관은 패해예상액이 5억6,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미 상당분은 손실로 확정됐다. 한빛은행이 1,500억원을 손실처리하고 충당금을 적립했고 석유공사도 110억원을 대지급했다. 석유공사도 896억원을 떼일 처지다. 모두 2,5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남방개발 산하 12개 기업이 분산 유치한 자금이 700억원을 넘는다. 정부와 국내금융기관의 피해는 적게 잡아도 3,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대 여신처는 한빛은행. 그러나 지난해 1,500억원을 전액 대손처리했다. 대손상각이란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수출입은행과 석유공사,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파리바 등 외국계는 손해가 없다.
파리바은행의 최초 여신액은 1,230만달러. 이 은행에 대해서만큼은 이자와 원금 상환스케쥴이 준수됐다. 파리바은행 싱가포르 사무소 관계자는 『총수입액이 1,600만달러을 넘는다』고 말했다. 국내기관이 전액을 떼이는 현실에서도 외국은행은 원금은 물론 이자도 전액 챙겼다는 얘기다. 여기에 석유공사는 파리바은행의 대출금 잔액을 전액 대지급했다. 대지급액은 988만달러. 이번에 연체된 금액은 170만달려였다. 무엇 때문에 전액을 대지급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 실날같지만 희망은 있다. 코데코사 이원순 이사는 『생산량이 하루 3,000세제곱미터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사실이라면 바닥의 10배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석유공사 위주로 구성될 실사단은 이달말 파견돼 마두라 유전의 경제성 여부를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
첫째 매장량이 확인되고 계속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방개발 등이 적색거래처로 분류됐다는 점에서 부담이 많다. 다음이 석유공사 직접 개발방식. 가능성만 확인되면 그대로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해외 석유개발사업은 성공적』이라며 『마두라 가스전을 석유공에 이전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세번째가 제 3자 인수. 국내외 업체에게 코데코의 조광권을 넘기는 것이다. 마지막은 사업 포기. 이 경우 정부 에너지 특별회계와 수출입은행의 지원금은 날라갈 개연성이 크다. 설령 3자인수나 석유공사 직접개발 방식을 택하더라도 정부의 투자분은 한동안 회수가 불투명한 상태로 남을 공산이 크다. 정부가 확보했다고 하는 980억원 어치의 어음·수표의 회수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
입력시간 2000/03/13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