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野 강력 반발… 소회의실서 대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던 대회의실을 2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점거한 것은 전날 외통위 전체회의가 끝난 직후였다. 이정희 의원 등 민노당 의원들은 밤새 회의장을 지켰다. 이날 오전부터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의원 등 5명이 회의장을 점거했다. 오전 10시 예정된 전체회의 시간에 온 한나라당 의원은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들도 발걸음을 돌렸다.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이 김선동 의원이 앉은 의자를 빼다 김 의원이 뒤로 넘어지는 헤프닝도 있었다. 오전 11시 께 대회의실과 붙어 있는 소회의실에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모였다. 같은 시각 남경필 위원장실에 모여있던 1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소회의실로 들어섰다. 순간 야당 의원들은 강행 처리 수순을 밟는 것이냐며 긴장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본래 회의장이 아닌 소회의장에서)이런 식으로 하려면 한나라당 구내 식당가서 하시든지”라고 비난했고 남경필 위원장은 “일국의 대권주자라는 분이 남의 말에 끼어든다”라고 맞받았다. 소회의장 밖에서 고성이 울리는 가운데 11시 45분 남 위원장은 외교통상부 예산안 심의를 선언했다. 그러나 예산안 상세 자료나 의원별 질의서도 없이 약식으로 진행된 예산심의는 불과 두 시간도 안돼 끝났다. 몇몇 여당 의원들은 요약자료에 질문을 만들었고, 김성환 장관 역시 자료 뒷면에 적어가며 답변했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부실한 예산심의에 야당이 들러리 설 수 없다”면서 “예산질의는 않겠다”고 맞섰다. 대신 김 의원은 “법무부가 2006년 반대한 ISD 협정을 왜 외교통상부 말만 듣고 하느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우리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적합업종법을 통과시키면 한미FTA에 위배된다고 했다”고 비판했고, 김 장관은 “2006년과 상황이 바뀌어 이제는 한국의 미국 투자가 반대 경우보다 많아져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가 필요하고 FTA에도 공공질서에 해당하는 법은 위배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설전이 오가는 와중에도 남경필 위원장과 여야 간사,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시로 협의를 열었다. 이윽고 1시 반께 여야 간사가 합의에 성공했고 남 위원장이 “오늘 오후에 한미FTA 비준안을 상정해 토론하되 토론과 의결을 분리하고 그 사이 최소한 한 시간의 정회시간을 갖기로 했다"면서 “토론은 ISD를 중점적으로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정동영, 유선호 의원을 비롯 민노당 의원들이 합의안을 듣지도 못했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야당 간에도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이의를 제기했으나 남 위원장은 "회의장 점거를 풀고 전체회의장으로 향하는 문을 오후 2시까지 열도록 시간을 드리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남 위원장은 "이런 식이라면 그냥 FTA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오후 2시께 구두(口頭)로 FTA 비준안 상정을 천명했고, 이에 최규성 등 야당 의원들은 남 위원장이 앉은 의자로 몰려와 남 위원장을 둘러싸고 의사진행을 막았다. 이들은 "정 하고 싶으면 날치기하라", "산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 소회의실에 들어온 야당 보좌진이 복도로 향하는 문을 기습적으로 열자 소회의실 밖에 서있던 야당 보좌진과 취재진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소회의실은 발디딜 틈없이 꽉찼다. 남 위원장은 의사진행이 불가능하자 여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에게 토론에 관한 의사권을 넘겼고, 야당은 토론에 응하지 않은 채 남 위원장을 둘러싸고 의사 진행을 막았다. 회의장 대립이 계속되면서 남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고, 한나라당 황우여ㆍ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협의하고 있지만 야당 내부의 반대가 거세 여야 합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임세원ㆍ박준호ㆍ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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