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현금 두둑한 글로벌 기업들, M&A 시장 '종횡무진'

사모펀드서 IT·자원 업계로 M&A 큰손 '세대 교체'<br>인텔·BHP 빌리턴·中 석유공사등 기업사냥 선봉에<br>호재 불구 증시엔 반영 안돼 '승자의 저주' 우려도



글로벌 기업들이M&A 시장 전면에 등장하면서 주춤했던 M&A 시장이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과거 사모펀드들이 주축이 돼 M&A 시장을 달궜던 것과 달리 올해는 글로벌 기업들이 금융위기 시절에 투자억제와 비용감축을 통해 쌓아둔 막대한 현금을 무기로 M&A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까지 전체 M&A 규모는 1,727억 달러.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1995년 이후 최대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M&A 규모가 2,850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홍콩 청쿵그룹의 영국 EDF 에너지 인수 발표에 힘입어 올해 들어 최대규모를 보인 지난 7월의 2,246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영역 중 하나인 정보기술(IT)와 에너지 등 천연자원 업체들의 M&A행보가 도드라진다. 그러나 M&A붐이 아직 증시에 큰 호재로 작용하지 않아 M&A 소재를 좀 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M&A 큰손의 세대 교체 =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관망세에 들어간 M&A시장을 깨운 큰손은 중국과 중동의 아시아국부펀드였다. 중국은 수출 확대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중동은 오일머니등 풍부한 현금을 무기로 M&A 행보를 넓히기 시작했다. 카타르투자청 산하 카타르홀딩스는 세계 각국 부유층들의 쇼핑 명소로 유명한 런던의 헤러즈백화점을 15억파운드에 인수했다. 이들은 자금난에 시달렸던 글로벌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는 데다 장기투자라는 점에서 환영 받았다.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선 지금은 기업들이 M&A의 주연배우로 등극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두둑한 현금을 앞세워 가치는 저평가 됐지만 전망이 밝은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팩트셋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상장회사들은 지난 1ㆍ4분기 2조 300억 달러의 현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올해 10건의 최대 M&A 거래들 중에서 7건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결제됐다. 인수에 난항을 겪을 경우 넉넉한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상대를 넘어오게 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이 호전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금의 저금리도 기업이M&A를 추진하는 요인 중 하나다. 기업들의 곳간은 현금으로 가득 차 있으나 계속 가지고 있어봐야 현 금리 수준으로는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 CNN 머니는 장기간 저금리로 현금을 오래 쌓아 두는 것이 오히려 기업들에게는 불이익이 될 수 있어 기업들이 M&A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이 저평가된 기업들을 싼 값에 사들이기 적기인 점도 인수열풍의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 IT 와 천연자원 업계, M&A 열풍 주도 =올해 M&A IT 세계 최대 컴퓨터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이 M&A 선봉장에 나섰다. 인텔은 지난 달 19일 보안업체인 맥아피를 76억8,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인텔의 42년 역사상 최대 규모다. 또 맥아피 인수에 나선지 보름도 채 안돼 지난 달30일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온테크놀로지의 무선 사업부를 14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피니온 무선사업부문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베이스밴드칩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인텔의 이 같은 행보는 중년의 위기를 맞고 있는 PC의존도를 줄이고 스마트폰과 보안부문을 확장해 사업 다각화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PC 생산업체인 미국의 휴렛패커드(HP)와 경쟁 PC 업체인 델은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주부터 저장장비 생산업체인 스리파(3par)를 놓고 인수 베팅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처음 델이 쓰리파에 인수가로 주당 18달러를 제시했지만 지금은 HP가 주당 30달러를 제안한 상태다 . CNN 머니에 따르면IT 업체들이 M&A 시장을 종횡무진 행보하고 다니는 것은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라인 개발 리스크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좋은 기술을 놓치면 도태해버리기 쉬운 업계 특성상 자신들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방법은 M&A가 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글로벌 자원확보 경쟁이 가열되면서 천연자원업체들의 M&A 움직임도 활발하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 빌리턴은 곡물 시장이 휘청거리면서 비료의 중요성이 대두되자 비료 원료 제조업체 포타쉬에 390억달러라는 후한 인수 금액을 제시했다. BHP 빌리턴은 인수가 거절당하자 적대적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최근 중국 국영기업 중국해양석유총공사는 아르헨티나 석유기업 브라디스를 31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태국 최대 석탄업체 반푸는 호주 센테니얼석탄을 품 안에 넣었다. ◇ M&A 열풍, 증시에는? =그러나 잇따른 대형 M&A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은 이를 소화 해내지 못하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올 초 대비 2.43% 떨어졌고 S&P 500지수는 4.28% 내려갔다. 특히 다우지수는 M&A 최대 실적 규모가 무색하게 8월두주간 연속으로떨 어졌다. M&A는경기상승기에대체로활발하지 만아직까지 글로벌 경기가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증시 견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하 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기업 많은 기업들 이미래를 어둡게 보고 신규 투자와 고용창출하 기보다는M&A로손쉬운길을걷는것도M&A 와 증시의 상관관계가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2007년사모펀드의 M&A가증시에 활력을제 공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시장전문가들은 "M&A가주가 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하지 못하 고 자칫 인수기업의 부담을 불러와'승자의 저주'라는 오명을 달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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