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외환위기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지금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충격이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조치가 이뤄지고 신흥국의 환율추락이 계속된다면 글로벌 자금의 도미노 이탈이 현실로 나타날지 모른다. 국내 금융시장이 최근 3거래일간 부정적인 흐름을 보인 것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정부가 주말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하고 설 연휴까지 비상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너무 불안에 떨 이유는 없다. 주가와 원화가치가 떨어졌지만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낙폭이 크지 않다. 외환보유액 규모, 경상수지와 같은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신흥국의 불안이 우리에게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국내외 진단도 있다. 현상황을 가벼이 여겨서도 안 되지만 당장 큰일이 날 것처럼 과장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대응이다. 정부는 신흥국 불안의 장기화에 대비해 이미 마련한 위기 대응체제에 빈틈은 없는지 상황별 시나리오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남미와 유럽 일부에서 나타난 위기의 징후가 아시아로 확산될 조짐이 있는지,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의 자금 흐름에 문제는 없는지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 기회에 단기외채를 줄이는 등 외채구조를 개선하고 경상수지 흑자기조와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 플랜을 짜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