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업종별 수출기상도/철강 “쾌청”가전·기계류 “먹구름”/무역의 날

나라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수출 밖에 없다. 지난 70년대 우리가 경제부흥을 위해 수출보국에 총력을 기울였듯이 다시 수출의 신발끈을 질끈 동여맬 때다. 올해 우리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수출은 하반기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여 한가닥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내년도 우리 경제의 견인차역할을 할 수출을 업종별로 살펴본다.<편집자주>◎기계/8% 증가 그쳐 성장 둔화/일 업체 값내려 고전할듯/중국 등 후발국 맹추격 내년도 일반기계류 수출은 올해 94억달러(추정치)보다 8%정도 늘어난 1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수출증가율은 예년의 10%이상의 두자리수 증가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것으로 90년대이후 수출을 크게 늘려왔던 기계산업이 본격적인 저성장기에 접어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수출이 올해에 이어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우선 우리의 경쟁업체인 일본업체들이 엔화약세를 바탕으로 잇달아 가격인하를 단행,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대만 등 후발국들의 추격으로 일본, 미국, 유럽연합(EU)등 선진국지역에 대한 수출부진이 예상되는데다 주력시장인 동남아지역의 통화위기로 국내 수출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수출증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는 이에 따라 선진국 및 일부 개도국 중심의 수출에서 벗어나 동구, 중남미등으로 시장다변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생산구조를 저가격 대량생산체제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섬유/환율상승 수혜 가장클듯/원자재 수입부담 증가/수출선 다변화에 박차 최근의 환율 상승으로 환차익을 가장 많은 보고 있는 업종의 하나다. 업계는 그러나 원화 평가절하가 단기적으로는 섬유수출에 유리하지만 수출용 원자재의 수입부담이 늘어나고 금융불안에 따른 설비투자 위축등으로 내년중 수출전망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환율상승으로 의류를 비롯한 섬유 완제품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무역흑자폭은 올해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내년중 섬유수출액은 올해의 1백85억달러보다 3.2% 늘어난 1백91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등 수출시장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다 직물수출선이 중국·중동·남미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내년중 수입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 섬산련과 한국산업연구원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내년도 섬유수입액이 7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의 환율상승으로 53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전/감소폭 갈수록 심화/가격인하압력 거세/채산성 날로 악화될듯 하락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전수출은 내년에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관련업체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오디오를 중심으로 가전부문의 해외이전이 상당부문 이뤄진데다 바이어들의 가격인하요구로 환율폭등에 따른 수출증대를 기대할 수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동남아의 저가품에 가격경쟁력에서 계속 밀리고 있고, 수출채산성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수출은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모두 56억2천4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감소했다. 지난해 95년보다 0.3%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크게 늘어난 것. 특히 VCR은 6억4천4백만달러로 39.6%나 감소했고, TV도 32.2% 줄어든 12억달러를 수출하는데 그쳤다. 음향기기·전자레인지도 각각 10.2%, 9.6% 줄었다. 에어컨·세탁기·냉장고 등 일부 백색가전제품의 수출이 늘어났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올 연말까지 65억달러 안팎의 수출에 그쳐 지난해보다 13∼15%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계는 내년에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 전자수출에서 차지하는 가전부문비중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내수축소·수출총력전/환율 올라 경쟁력 높아져/내년 145만대 팔릴듯 IMF(국제통화기금)금융지원에 따라 내년도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자동차업체들은 내수와 수출계획을 놓고 전면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의 핵심은 「내수 축소, 수출 확대」. 업계는 일단 IMF지원이 개시돼 저성장정책이 추진될 경우 고가소비재인 자동차 내수판매가 격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격감하는 내수물량를 해외로 돌리고 수출에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여 내년 차수출물량은 당초 예상치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자동차협회 김소림 부장은 『IMF수혈결정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달러대비 환율이 1천원∼1천1백원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 환율이면 당초 예상한 것보다 수출경쟁력이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각 업체들이 당초 달러대비 원화가격을 9백60원선으로 잡고 내년 수출 전망치를 짜왔다는 것이다. 협회가 11월초 추산한 내년도 국산차 수출규모는 올 예상치인 1백32만5천대보다 9.4% 늘어난 1백45만대. 협회는 이같은 내년 전망치를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IMF 금융지원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사업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김부장의 설명대로라면 이 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지표가 변하고 변수가 많아 섣불리 구체적인 수출과 내수 전망치를 언급할 수 없지만 「내수 전망치 축소, 수출 전망치 확대」가 주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회는 내년도 내수시장의 경우 당초 올 예상치(1백60만대)보다 6.3% 늘어난 1백7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IMF지원수용으로 올 예상치에도 못 미치지 않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금치못하고 있다. ◎조선/폭발적 수요 “초호황” 예고/올 이미 2년 일감 확보/원·엔 환율변동 최대변수 조선업계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2천9백만톤, 내년에는 2천3백만톤의 선복량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조선업계 호·불황의 지표인 1천8백만톤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앞으로 상당기간 폭발적인 수요가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업계는 원화가 달러화 및 최대경쟁국인 일본의 엔화에 대해 약세기조를 보이고 있어 경쟁력 및 채산성이 크게 높아져 있다. 따라서 수주환경은 어느 때보다도 좋은 상황이다. 다만 올해 1천만톤이 넘는 사상최대의 수주를 기록, 이미 2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내년도에는 수주가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는 안정된 일감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선을 중심으로 하는 선별적인 영업을 하면서 선가인상에 주력하고 하반기에 일감확보 상태에 따라 공격적인 영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내년도 수주는 올해보다 2백∼3백만톤 가량 적은 7백만∼8백만톤이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금융불안, 아시아시장의 침체, 원·엔환율의 변동이 수주의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지난 3년간 매년 1천만톤이상을 수주한 후 올해 이미 수주량 조절을 한 일본이 내년도에 얼마나 수주여력이 살아나 공격적인 영업을 할 것인가가 변수가 되고 있다. 국내조선업계는 그러나 이같은 여러가지 변수에도 불구하고 안정일감인 2년치는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철강/주력시장 동남아 침체/증설 잇따라 공급과잉/수급불균형 심각할듯 내년에 올해보다 14.3%나 늘어난 1천1백27만8천톤을 수출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주수출시장인 동남아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경제환경이 악화돼 국내업체들이 수출선을 확보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98년 철강재 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에는 국내 철강재 생산증가분이 내수증가를 크게 앞질러 심각한 공급과잉이 빚어지며 업체들은 이에따라 상당물량을 밀어내기 수출로 해소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구소는 이에따라 국내업체들이 공급과잉분을 외국으로 밀어내기 수출을 해야하나, 우리나라 철강수출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 경제혼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수출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년의 철강 생산량은 5천9만톤으로 올해보다 11.9%나 늘어나는데 반해 수요는 5.3% 증가한 3천9백92만톤에 그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연구소는 올해중 7백만톤 규모의 설비신증설이 이루어졌으며 내년에도 3백60만톤의 신증설이 계획돼 있어 조강(쇳물)생산과 제품생산간의 수급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 수출은 세계 철강경기의 상승에 따른 국제가격인상과 국내 공급능력확대 및 내수부진에 따른 수출확대로 지난해보다 13.6% 늘어난 1천74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소는 지난 상반기동안 지난해보다 16.8%가 늘어난 물량이 수출됐으며 하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0.9% 늘어난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64MD램 수요 점차 늘어/세계시장 50% 차지할듯/비메모리분야 사업강화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반도체경기는 내년부터 점차 호전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예년처럼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주요반도체 조사기관들은 내년부터 16메가D램이 64메가D램으로 교체되면서 불황의 깊은 골에서 헤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세계반도체통계기구(WSTS), 데이터 퀘스트 등 반도체 시장조사기관들의 분석과 전망을 종합할 때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개인용 컴퓨터용을 중심으로 64메가 D램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 오는 98년 4·4분기에는 공급보다 수요가 3%가량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16메가 D램의 가격이 급락한 올해 64메가 D램으로 생산구조를 순조롭게 이전시켜 올해 이 부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50% 선에 이르고 있으며 경쟁력 강화노력을 계속할 경우 시장지배력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비메모리 분야의 경우 98년부터 아남이 디지털 신호처리용 비메모리 반도체의 양산에 들어가는 등 각 업체가 이 분야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내년에는 이 분야의 수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통산부는 올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수준(1백78억달러)을 약간 넘어서고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뚜렷한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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