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층간 소득격차 완화에 분배 정책이 집중될 경우 양극화 해소 효과는 미미한 채 경제성장률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절대빈곤층에 대한 지원 등 절대빈곤 감소에 분배정책이 집중돼야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연구위원은 21일 ‘소득불평등도와 양극화-오해와 실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유 연구위원은 통계청 가구소비 실태조사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 96∼2000년 사이 지니계수(소득 불평등도지수)와 양극화 지수가 모두 15∼20% 상승, 소득 양극화 지수가 지니계수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한국노동패널(KLIPS)을 이용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지니계수는 97∼2003년 7.4% 증가했지만 양극화지수는 지수에 따라 67∼310% 상승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도보다 양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연구위원은 “선행연구 결과가 환란 후 양극화 문제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통계로 인용돼 왔지만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는 소득 수준이 서로 다른 집단이 따로따로 형성되는 양극화 현상은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환란을 전후로 양극화 지수가 지니계수에 비해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근거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그는 특히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소득 불평등의 완화가 아니라 절대 빈곤층 감소에 정부 분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90년대 이후 세계적 조류는 절대빈곤을 줄이는 방향으로 성장과 분배를 지혜롭게 추구하는 ‘빈곤감소적 성장(Pro-poor Groth)’으로 가고 있다”며 “경제 성장을 저하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소득격차 문제를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빈곤감소적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경로는 개별 국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방향으로 분배정책의 목표를 신중히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