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롯데, 디즈니 넘을 수 있다


요즘 길거리에 하늘색 치마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옷에는 망토까지 달려 있다. 저게 무슨 이상한 것인가라고 할 사람이 있겠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나오는 '언니 엘사'의 드레스다. 가끔이지만 '동생 안나'의 옷도 보인다.

우리의 아이들 옷까지도 그렇게 됐다.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미국 디즈니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애니메이션뿐만이 아니다. 디즈니의 자회사인 마블의 슈퍼히어로물들은 전세계 영화와 장난감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테마파크시장에서도 디즈니랜드는 글로벌 톱10에서 9개를 차지하고 있다(나머지 하나는 유니버셜이다). 캐릭터시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디즈니 판이다.


한국 문화시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 초 '한국의 디즈니를 키우자'라는 기획특집을 한 적이 있다. 스타트업 기업을 비롯해 유망 문화콘텐츠 기업을 육성하자는 의도에서였다. 그들의 창의성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다만 이들을 모으고 키워나갈 기획력이 아직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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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산업, 특히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지원이 필요하다. 디즈니라고 해서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설립 후 한 세기가 지난 후에야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그러면 우리 기업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신생 기업에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당연히 부당하다. 대기업의 활약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 콘텐츠 기업 중에서 가장 디즈니에 가깝게 갈 수 있는 것은 롯데그룹이 아닌가 한다. 롯데월드와 롯데시네마·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이 그것이다. 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와 유통수단이라는 하드웨어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하려는 의지도 있다. 실제 노력도 하고 있다. 물론 디즈니류의 고정된 형식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하게 보편적인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유통시킬 수 있다면 충분하다.

디즈니는 '공룡'이고 모든 내용과 수단을 갖고 있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중소'기업들도 서로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일단 롯데로서는 같은 계열이니 이런 노력은 더 쉬울 수 있다. 또 모방이라는 편한 길이 아니라 창조라는 모험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 '뽀로로'나 '라바'는 이미 외국산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좀 더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디즈니든 누구든 세상에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

다만 대중매체를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니 문화상품도 서로 비슷비슷해진다. 사실 어느 것이 독자적인지, 외래종인지가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도 창조는 필요하다. 가장 잘 알고 익숙한 것에서 더 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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