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개척시대 금맥을 쫓아 광산으로 달려가듯 한국 기업들이 캄보디아 금융시장으로 러시하고있다. 지난 7월 총선에서 압승한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신도시 건설(캄코 시티) 등 강력한 경제개발 드라이브와 적극적인 외자유치 정책이 맞물리면서 현지 금융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한국기업의 캄보디아행을 재촉하고 있다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8월 부산저축은행이 한국기업으로는 최초로 현지에 은행을 설립한데 이어 신한은행, 부영건설, 토마토저축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현지 은행 진출을 완료했고 우리은행, 대우캐피탈, 태광그룹 등 5곳이 진출 계획을 확정했거나 준비중에 있다. 한국 기업들의 캄보디아 러시는 무엇보다 캄보디아 경제가 이제 막 개발의 시동을 거는 초기 단계여서 향후 경제 성장에 따라 낙후한 금융시장의 동반 급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구 1,400만여명의 캄보디아는 2007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572달러이고 은행 거래인구도 46만명에 그칠 정도로 금융산업이 미숙해있다. 하지만 2005년을 전후로 훈센 정부의 수도 프놈펜 외곽 신도시 건설 등 경제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있다. 한일건설, GS건설 등 한국기업들이 도심에 초고층 빌딩을 건축하고 프놈펜 외곽에 신도시 건설을 진행되면서 현지의 분양 대금 등 부동산 금융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 금융회사들이 이들 대출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발빠른 진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의 현지 은행인 캄코의 강무경 행장은 "부동산 개발로 신흥 땅 부자층이 생겨나고있다"며 "이들을 상대로 프놈펜 외곽의 신도시 아파트 분양 대금 대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최초의 신도시뿐 아니라 프놈펜 도심의 스카이 라인도 한국기업이 그리고있다. 프놈펜 도심 왕궁 인근 지역에 캄보디아의 최고층 빌딩이자 랜드마크 빌딩으로 자리매김할 주상복합 빌딩인 '골드타워 42타워'의 시행을 맡고있는 한국 시행사인 연우의 최종해 사장은 "건설 개발 붐 등에 힘입어 신흥 부유층이 생겨나고 있고 이들이 도심의 초고층 빌딩 건설 투자, 프놈펜 외곽의 아파트 토지 매입 등에 나서면서 부동산 가격이 몇 년새 최소 5~6배 급등했다"며 "모든 국가의 수도 땅값은 경제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수십배 급등하기 마련이고 프놈펜도 이제 그 길을 가고있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사는 물론 건설사, 제조업체 등 업종을 가리지않고 1년 남짓한 사이에 10개 회사가 캄보디아 은행에 진출했거나 준비 중에 있어 한국 회사간의 제살깍기식 경쟁 등 과열에 대한 후유증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토마토 저축은행이 설립한 특화은행인 베스트뱅크를 제외하고 우리은행 등 진출 준비중인 회사를 포함해 한국 회사 9곳이 캄보디아 은행업 진출을 완료하면 캄보디아 전체 상업은행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계 은행이 될 정도다. 캄보디아 경제가 2000년대 초부터 두자릿수 안팎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통화량이 늘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가 20%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경기 과열 후유증 조짐도 나타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