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이 22일 철강수입 쿼터 법안을 부결함으로써 아시아 위기 이후 고조되던 미국내 보호무역주의 분위기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또 쿼터제가 시행될 경우 한국의 대미 철강재 수출물량이 현재보다 30~40% 줄어들 우려를 덜게 됐다.미 상원은 이날 한국·일본 등에서 들어오는 철강재 수입물량을 앞으로 3년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법안상정 단계에서 찬성 42, 반대 57로 부결시켰다. 아시아 위기 발발시점인 97년 7월 이전 3년 동안 각국의 월평균 대미 수출실적을 쿼터로 정해 수입을 제한하도록 규정한 이 법안은 60명 이상의 찬성으로 정식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었다. 법안은 지난 3월 하원에서 대통령 거부권을 무산시킬 정족수에서 한표가 모자라는 289대141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었다.
이번 부결에는 클린턴 행정부와 한국 등 철강수출국의 설득이 주효했다.
미국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다자간 자유무역주의 원칙에 합의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되며,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피해를 본 수출국이 WTO에 제소하면 미국이 패소할 확율이 높았다. 이에 따라 클린턴 행정부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수차례 밝혔다.
미국이 우려한 또다른 점은 특정산업을 보호하려다 피해국이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농업 등 다른 산업의 수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었다. 이날 표결에서 정당 소속에 관계없이 버지니아·오하이오 등 철강생산지 출신의 상원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미시시피·델라웨어·몬태나 등 농업지역 출신의 의원들은 일제히 반대표를 던졌다. 철강 수입규제의 불똥이 농산물 수출로 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또 쿼터제가 실시될 경우 철강재 가격이 올라 자동차 등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경제연구소(IIE)의 분석에 따르면 철강근로자 1,700명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대가로 신규창출 노동자 1인당 80만 달러의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데일리 상무장관은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논리로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나라에 보복을 강화하겠다』며 상원의원들을 설득했다. 미국은 극단적인 보호주의에서 일보 후퇴했지만, 자유무역주의를 기치로 철강제품을 비롯, 각종 수입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의 강화가 예고되고 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