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0세 시대의 그늘 노인자살] 농약관리만 철저히 해도 농촌 비극 막을 수 있다

안전보관함 설치하고 정신과 상담 병행땐 음독 자살 예방 가능

농약 음독은 농촌 노인의 자살수단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농약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 세계 4위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데도 한 모금만 마셔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고독성 농약이 창고나 부엌 찬장 등 손 닿기 쉬운 곳에 방치돼왔다.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자살수단인 셈이다.

농약을 자살도구로 사용한 사람은 지난 2008년 기준 약 2,800여명에 이른다. 이중 80%가량은 농어촌이 밀집한 광역시도에서 발생했다. 연령대별 자살수단을 살펴봐도 10대의 음독 자살률은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60대 이상 노인들의 경우 전체의 30% 이상이 음독을 자살수단으로 택하고 있다. 농약만 제대로 관리해도 농어촌 지역 노인의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경기ㆍ강원ㆍ충남 지역의 농어촌 마을을 대상으로 농약안전보관함 설치사업을 전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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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은 지역별로 주민들이 사업참여를 원하는 마을을 선정, 집집마다 정면에 위험표시가 붙어 있는 농약안전보관함 한 대씩을 설치했다. 내부에 유독가스가 차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보관함은 열쇠로 여닫을 수 있는 잠금장치가 달렸다.

보관함 설치를 돕는 담당자들은 정신보건센터 등에서 노인자살 예방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이다. 보관함 이용법 등을 설명하며 각종 정신과적 상담도 함께 진행하는 것.

효과는 예상보다 뛰어났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 한 농촌마을의 경우 2009년부터 2년간 3명의 음독 자살자가 나왔지만 사업시행 이후로는 단 한 명의 음독 자살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신청 당시에는 참여를 꺼리던 마을 주민들도 자기 집에 보관함을 설치해달라고 하곤 한다"고 말했다.

자살예방협회와 재단은 앞으로도 농촌 노인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일반인들이 고독성 농약을 쉽게 입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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