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인사'가 '만사'다

입각때부터 적격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던 손숙 환경부장관이 결국 물러났다. 孫전장관은 나름대로 가졌던 포부를 펴보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하게 돼 아쉬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 실제 고별 기자회견에서 그런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사필귀정이라 생각한다.연극인으로서의 손숙, 방송인으로서의 손숙은 참으로 친근하게 느껴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번 격려금 파문의 본질은 연극인으로서와 장관이라는 고위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몸가짐의 차이를 간과한데 있다. 국민은, 여론은 그런 것이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주기를 바란다. 장관이라는 자리가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를 두고 여성계 일각에서는 『여성장관이기에 언론이 또 흔든다』라는 볼멘 소리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렇게 좁게 볼 일이 아니다. 장관은 관련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다. 또 명실상부한 사회지도인사다. 그래서 전문성 뿐만 아니라 도덕성도 엄격히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 여당은 이제부터라도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인사청문회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인사청문회는 여야가 갑론을박끝에 수용하기로 결정한 특별검사제와 더불어 대선공약이 아닌가. 23일부터 시작된 서머스 미재무장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청문회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미 능력과 자질이 충분히 검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는 전혀 낯선 이를 대하듯 빡빡하기만 하다. 서머스야 그럴리 없겠지만, 과거의 예를 보면 이 과정에서 부적격성이 드러나 탈락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인사청문회도 그렇고, 특별검사제도 마찬가지다. 단지 선진국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해야 한다는 그런 단선적 의미를 뛰어넘는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가 그런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孫전장관의 경질과 함께 김명자 숙명여대 교수가 후임장관으로 발탁됐다. 참신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분이라는게 언론의 소개다.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孫전장관과 마찬가지로 여성계 배려차원이라는 얘기는 아무래도 귀에 거슬린다. 그러고보니 역대정권에서 유독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서만 여성장관들이 눈에 띈다. 그들은 대부분 두 부처의 업무성격에 잘 맞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장관직 수행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전국민의 50%를 차지하는 여성인력의 적극적 활용은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용이하도록 제도적 장치마련은 물론, 사회의 관습과 문화도 함께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뒷사람들에게 길을 터 준다는 의미로 이해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도 이제 3년 8개월 남짓 남았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도도한 역사의 흐름속에서는 「찰라」에 불과하다. 당대에 모든 것을 이뤄내겠다는 생각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소신과 아집, 유연함과 줏대없음의 간극은 사실 종이 한장 차이다. 그 균형을 유지하기란 보통 힘겨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세상의 얘기에 귀를 닫아서는 안된다. 잘못 꿰어진 인사가 빚어내는 물의가 너무 잦아서 하는 말이다.JWLEE@SED.CO.KR /李宗奐(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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