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투자가와 정책신뢰

최근 들어 화물연대 파업이나 조흥은행 매각을 놓고 정부와 노조가 맞선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여론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경제에 있어서 하나의 큰 변수인 외국 투자가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할 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 1월말에 외국 투자가들을 만나러 미국 주요 도시들을 방문했을 때 이들은 그 때 한창 긴장이 고조되던 북한 핵문제 외에도 당시 출범을 앞둔 노무현 정부의 정책방향 및 정체성에 대해서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당시 당선자 신분이던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신정부의 주도세력은 일부 미국 언론에 비친 대로 급진적이고,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안티비즈니스(antibusiness)`로 묘사되곤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신정부의 대북ㆍ대미정책 외에도 노조정책ㆍ재벌정책ㆍ구조조정의지 등에 민감한 관심을 갖고, 이를 지켜본 후 한국에 대한 투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신정부 출범 후 100여일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이라크 파병 및 대통령의 미국방문 등을 통해 안보 및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외국 투자가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여전히 위에서 열거한 것 중 어느 것 하나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실정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청와대조차도 최근 `참여정부 100일 성과와 향후 중점과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듯이 `노사문제에서 지나친 노동계 입장 수용`을 잘못된 정책중 하나로 꼽고 있다. 최근의 노사문제와 관련 두산중공업 분규ㆍ철도파업ㆍ화믈연대ㆍ조흥은행 집단행동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대처방식은 원칙에 어긋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금도 국제금융시장은 소위 `메가머저(Megamerger)`를 통한 금융기관의 초대형화와 이로 인한 경쟁력 향상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IMF 이후 은행ㆍ종금들의 연쇄도산으로 인한 타의적 흡수합병이나 청산 외에 자발적인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특히 증권업계의 경우 구조조정은 커녕 IMF 이후 증시활황을 틈타 그 참여자가 더욱 늘어남으로써 증시 침체기에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도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루어 지고는 있으나, 증권사합병을 통한 실익보다는 노조문제로 인한 합병코스트가 크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는 소리가 높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기업간 흡수합병은 대부분 코스트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가치를 증대시키고, 주가를 올려 주주들의 권익을 신장시킬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조흥은행의 경우에 논란이 되고 있는 대상 기업의 독자생존가능성 여부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을 뿐더러 이 결정은 주주들의 몫이기 때문에 노조의 투쟁대상이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는 1인 대주주의 전횡으로 인한 기업지배구조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정책적 시도나 소액주주의 권익보호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주들의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권리 또한 당연히 보호되어야 마땅하다고 하겠다. 기업의 매각이나 합병결정은 주주들의 고유 권한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의 경우도 경제논리에 따라 정부가 주주권을 행사하면 될 것이다. 이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정부가 노조와 협상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물론 노조입장에서는 노조원들의 신상에 변화가 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노조의 허락이 필요한 사항은 아닌 것이다. 만약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이는 해외 투자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최근 하버드대학의 로버트 배로 교수는 비즈니스위크지의 기고문을 통해 한국정부의 친노조적 성향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배로 교수는 분배보다는 성장에 우선을 두고 시장지향적인 경제정책을 펼쳐야 그간의 기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필자가 만난 많은 외국 투자가들도 분배우선의 정책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달하는 시점에 가서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충고를 해 주고 있다. 최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 보면 IMF 때 보다도 더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주가도 요즘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670선에 머물고 있다. 정부도 서민ㆍ중산층을 위한 대책이나 부동산가격안정을 위한 조치들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겠으나, 시장을 역행하는 조치로 한국을 찾아 오는 외국 투자가들을 다시 되돌려 보내는 누는 범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왜냐하면 다시 `제2의 경제위기`를 맞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유상호(동원증권 부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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