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가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파우스트는 지난 49년 한국 초연 이후 68년과 95년 세 번의 한국 공연이 있었지만 번역과 제작상의 어려움으로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특히 영혼을 팔고 젊음을 산 학자 파우스트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이게 되는 청순한 시골소녀 마르그리트,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등 세 명의 주인공이 빚어내는 선과 악의 드라마를 살려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성남아트센터 개관 기념작인 이번 공연은 원어 버전으로는 국내 초연이나 다름없다. 작품은 5막으로 이루어진 대작으로 오페라 본고장에서도 쉽게 제작하지 못 할 정도의 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보석의 노래’ ‘순결한 집’ 등 귀에 익숙한 아리아의 선율과 왈츠, 발레 등 다양한 춤의 향연이 어우러져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번 공연은 지휘자를 제외하고는 연출을 비롯해 해외에서 활약하는 우리 배우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프로덕션이라 데 의미가 더 크다. 올해 초 ‘가면무도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소영이 연출을 맡았으며 이씨와 함께 지휘에 참가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오타비오 마리노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연출을 맡은 이소영씨는 보다 현대적이면서 여성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파우스트의 아기를 낳고 죽여버리는 순결의 상징 마르그리트를 여성의 입장에서 접근해 시대에 맞게 재 해석할 예정이다. 여기에 연극과 오페라에서 활약해 온 무대 디자이너인 박동우의 미니멀하면서도 기능적인 무대가 작품을 한껏 돋보이게 한다. 주역배우들은 모두 유럽에서 ‘파우스트’를 노래한 경험이 있는 성악가들로 구성돼 무대를 더욱 화려하게 빛낸다. 파우스트 역을 맡은 테너 나승서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의 베이스 사무엘 윤은 98년 이탈리아 토티 달 몬테 ‘파우스트’ 오페라를 통해 유럽에 데뷔했던 주인공들이다. 마르그리트 역을 맡은 김은성은 2004년 예술의전당의 오페라 시즌작이었던 ‘람메르 무어 루치아’에서 루치아 역을 맡아 고국의 팬들에게 풍부하면서도 맑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인정 받았다. 또 파우스트 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석철은 현재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에서, 그리고 마르그리트 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혜진은 이탈리아 볼로냐 극장 등에서 주역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그랜드 오페라에 어울릴 법하다. 주역 배우 이외에 100여명의 합창단과 무용단, 6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총 동원된다. 또 안무가 박호빈과 그가 이끄는 ‘까두 댄스 씨어터’가 함께 무대에 올라 현대적이면서도 섬세한 감각의 몸짓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24일부터 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031) 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