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성남시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인근 R공인 관계자의 목소리에 생기가 넘쳤다. 그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동안 호재는 없고 판교신도시 입주와 같은 악재만 있던 곳에 단비가 내린 격"이라고 말했다.
4ㆍ1부동산종합대책이 당초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의 내용을 담으면서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봄기운이 퍼지고 있다. 오랜 숙원이던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진 분당과 일산은 물론 오랫동안 집값 하락과 거래 부진으로 속앓이를 하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마포ㆍ목동 등 소형주택 밀집지역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분당ㆍ일산 '가뭄 속 단비'=정부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가능해진 분당ㆍ일산 등 1기 신도시에는 대책 발표 이후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 한솔마을5단지의 한 주민은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 부담을 줄이려면 일반분양을 해야 하는데 기존 수평증축은 현실성이 없어 다들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다"면서 "집을 매도하든, 리모델링을 하든 선택지가 하나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평균 매매가격이 3.3㎡당 1,000만원이 깨진 일산신도시 역시 수직증축이라는 선물을 받고 반색하고 있다. 고양 삼송ㆍ덕이지구와 김포한강ㆍ파주운정신도시 등 인근 지역의 신규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수직증축을 유일한 탈출구로 여겨온 탓이다. 야탑동 매화마을1단지 인근 S공인의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분위기가 확 살아나지는 않겠지만 수직증축이 가능해지면서 뚝 끊어졌던 거래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강남 '관망', 과천 '후끈'=강남 지역에서도 이번 부동산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전용면적 85㎡, 9억원 이하의 기존 주택을 구입할 경우 5년간 양도소득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개포지구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매도자들의 문의가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대치동 J공인의 한 관계자는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식의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며 "하지만 향후 시장 동향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준(準)강남권인 과천은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2월 과천의 아파트 값은 전달보다 0.05% 올라 2011년 2월 이후 2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이번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거래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에 5억1,900만원에 거래된 원문동 주공2단지 52㎡형의 경우 최근 급매물이 5억5,000만원에 매매됐고 지금은 6억원짜리 물건이 없을 정도로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O공인의 한 관계자는 "매수문의가 전혀 없었는데 양도세 감면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서너 명이 매수의사를 보이며 문의해왔다"고 전했다.
◇마포ㆍ목동은 취득세 면제 받는 소형주택 문의 많아=목동 등 재건축을 앞둔 노후주택 단지나 마포와 같은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이들 지역은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이 취득세를 100% 면제 받을 수 있는 85㎡ㆍ6억원 이하 주택이 많은 곳이어서 거래 활성화가 기대된다. 특히 신공덕 래미안1~3차 아파트와 공덕 래미안1ㆍ2차 아파트 모두 공덕역 인근에 위치해 입지가 뛰어난데다 60~85㎡형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지원 정책에 해당하는 4억~6억원선이어서 신혼부부 및 30~40대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신공덕동 M공인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제법 파격적일 것이라는 예상에 2~3월 적극적으로 매매를 권장했고 10건 정도를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목동의 경우 재건축이 임박한데다 교육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에 소형평형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S공인의 한 관계자는 "목동1단지 63㎡ 이하 평형은 모두 6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물건인데다 소형을 선호하는 추세가 맞물려 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