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0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장수 리스크'는 사회적 이슈를 넘어 불안한 노후를 대표하는 인생 최대의 공포로 자리 잡았다. 소득 창출 기간이 30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은퇴 후 삶이 그 이상의 기간이 될 확률이 더 높아진 것이다. 경제적 생활고나 자녀와의 갈등 등의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노인 자살 소식도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전체 노인 중 중위 소득 미만에 속하는 노인 비율)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 은퇴 준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 사이 출생자)는 부모 봉양과 자식에 대한 무한 희생의 마지막 세대이다. 우리 사회에서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가치관은 여전히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상에 지배받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중장년층의 은퇴 준비 정도가 미흡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스스로의 노후를 위해 이제 조금 이기적인 인생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은퇴 준비의 첫걸음이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필수 조건은 인간 관계와 건강이다. 이는 은퇴 후 재무적인 조건 외에도 여가 및 사회활동을 함께 할 친구나 배우자, 그리고 이런 활동을 뒷받침할 건강 등 비재무적인 조건이 선행돼야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가정에서 '무뚝뚝'으로 일관했던 우리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인간 관계 회복의 첫 실천사항으로 배우자와의 친밀도를 높이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다. 은퇴 후 하루 종일 아내의 일상을 방해하며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되는 무기력한 가장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로 인한 황혼 이혼의 증가도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바람직한 부부 관계는 서로의 독립된 삶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자세,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공유하는 것이다.
또한 노인 80% 이상이 일상을 TV 시청이나 단순한 휴식으로 인생을 소모하고 있다. 이는 은퇴자들의 사회 참여 기회가 절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계속적으로 노인 문제가 파생될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 정부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개개인의 은퇴 후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한 소득활동, 여가활동 등 사회활동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제 은퇴 설계는 제2의 꿈을 꾸고 도약하기 위한 자기계발과 정서적ㆍ육체적 체력을 기르는 과정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은퇴는 인생의 결승선이 아닌 연장선임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