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박근혜 대통령의 꾸지람


정치부 서정명기자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이 신하들에게 말했다. “계획을 짜는 데는 나는 장량을 따르지 못한다. 나라를 진정시키고 민심을 수습하는 데서는 나는 소하를 따르지 못한다. 또 100만의 대군을 거느리고 백전백승하는 데서는 한신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천하의 인걸(人傑)이다. 나는 그들이 각자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항우는 단 한 사람의 유능한 부하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것이 그가 실패한 이유다.”


유방은 능력을 가진 인재를 발탁한 뒤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아주는 것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부하들에게 소개했다.

7월 한 달간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부처 간 이견이 노출되는) 문제에 대해 경제부총리께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서 주무부처들과 협의해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보고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부총리 조기 교체론’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새누리당과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개적으로 발언을 할 때는 전후 사정을 고려해 신중을 기하는 박 대통령의 화법을 고려한다면 뭇사람들이 이같이 해석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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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현 부총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현 부총리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고 기재부의 위신도 덩달아 추락했다.

급기야 박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경제부총리께서 열심히 해오고 있다”며 교체론을 일축하고 나서야 현 부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박 대통령은 여름휴가에서 돌아오는 8월부터 국정과제 수행에 대한 집중적인 평가에 들어간다. 사안에 따라서는 청와대 수석이나 1기 내각 장관들의 성적표가 초라하거나 마뜩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나무라거나 질타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 등 뭇사람들이 박 대통령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거나 악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부하직원을 꾸짖거나 나무랄 때는 조용하게, 비공개적으로 했으면 한다.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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