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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퇴출하려는 주가조작 세력 중 가장 큰 게 공매도 세력입니다. 특히 탐욕스런 헤지펀드와 여기에 연결된 한국인에 대해 셀트리온의 사례를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합니다."(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의 주인이 외국계 회사로 바뀔 운명에 놓인 것은 공매도 때문이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측하고 높은 가격에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싼 가격에 다시 매수해 그 시세차익을 얻는 형식의 투자기법이다.
차익을 얻기 위해 공매도 세력은 근거 없는 악성 루머를 퍼뜨려 해당 기업의 주가 하락을 유도한다. 셀트리온 역시 그동안 공매도 세력에 의한 악성루머에 시달렸다. 분식회계설은 물론 서정진 회장의 도주설, 임상실패설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 4월 이후 셀트리온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2012년 6월 6만원선까지 올라갔다가 공매도가 본격화되면서 4만원대까지 미끄러졌다. 이후 올해 3월22일 액면병합 이후 5만원대에서 거래가 재개됐으나 공매도 영향으로 다시 4만원대로 추락했다.
셀트리온이 그동안 공매도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한 돈만 무려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4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총 150만주(75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2월에는 3,000억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했고 지난해 5월에도 공매도로 약 19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일본 오릭스 등으로부터의 투자 역시도 직간접적으로 공매도 대응 효과를 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서 회장은 "이상현상을 바로잡고자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지만 금융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한대로 공격하는 투기세력을 막기 어려웠다"고 지분매각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영세한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대표적인 성공신화였던 서 회장의 지분매각이 완료될 경우 관련 산업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에 출시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는 지난해 7월 셀트리온이 허가 받은 램시마가 유일해 국내 제약 분야 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 받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육성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지난 2년여간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중 412일 동안 공매도에 시달려왔다. 일 거래량 대비 공매도 체결이 3% 이상인 날이 189일, 5% 이상인 날이 145일, 10% 이상인 날이 62일에 달하는 이상현상을 보여왔다. 일중 공매도 비율이 높을 때는 무려 35.3%에 달한 적도 있었다.
최근에도 17거래일 동안 공매도 비율이 평균 10.5%에 이르렀으며 6거래일 동안에는 평균 16.6%에 달했다. 15일에는 공매도 비율이 23.87%를 나타냈으며 전거래일인 12일에도 21.86%를 기록했다.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대차잔액 비율도 항상 높은 수준을 기록해왔다. 2년여간 대차잔액이 총발행주식수 대비 10% 이상인 날이 65.4%에 달했고 대차잔액 비율이 최고 17.1%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서 회장이 성토하는 부분은 전세계적으로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상운영인지, 변칙인지 감독ㆍ강화하는 기능이 약하다는 점이다. 또 비정상적인 공매도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에 대해 당국이 제동을 걸지 못한 것을 질타했다.
대차금리는 통상 예금금리 수준인 연 2~3% 수준이지만 셀트리온의 경우에는 연 25%까지 오르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10% 수준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 회장은 "코스닥시장에서는 20거래일 이상 3% 정도의 공매도가 지속되면 공매도를 금지시킬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거의 투자하지 않는 코스닥시장에서의 공매도는 제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서 회장이 지분매각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게 그동안 시장에서 흘러나왔던 분식회계설ㆍ임상실패설ㆍ매출부진 등의 루머에 대응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보다 2,400원(5.06%) 오른 4만9,8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