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금감위 직무유기? 직권남용?

금융감독위원회가 서울증권 지배주주 승인 문제를 5개월째 끌고 오면서 투자자 및 인수 관계자, 서울증권 임직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증권회사의 경영 건전성을 유지하고 부적격자가 지배주주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증권회사의 지배주주가 되려는 자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한주흥산이 7월 서울증권의 지배주주가 되겠다고 신청했고 유진기업도 8월에 뛰어들었다. 한주흥산과 유진기업은 9월 말 현재 서울증권 지분을 각각 4.96%, 4.84%씩 보유하고 서울증권 경영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 규정에 따르면 금감위는 신청서에 하자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를 접수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 신청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은 9월 중순 한주흥산 및 유진기업에 보완자료를 요청한 뒤 50여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11월 중순 4번째로 추가자료를 내도록 했다. 감독기관이 이미 규정을 어긴 셈이다. 특히 11월에 요청한 자료는 부채비율 등 재무 현황에 관한 것으로 이미 7~8월에 제출한 내용과 비슷해 특정 기업을 봐주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증권거래법상 지배주주승인제도는 신청인에 대한 결격 사유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다. 요건은 ▦부채비율이 300% 미만일 것 ▦형사 처벌 및 건전한 금융거래질서를 저해한 사실이 없을 것 등 크게 두 가지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이 한주흥산 및 유진기업에 요구한 자료에는 인수 후 서울증권의 경영 계획, 경영진 구성에 관한 계획 등 거래법상 승인 요건에 불필요한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기관 입장에서는 필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신청인 입장에서는 직권 남용으로 비쳐질 수 있는 사안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 시간은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주흥산과 유진기업에 보완 자료를 요청하면서 ‘되도록 천천히 내달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적격한 기업이 금융기관의 지배주주가 되게 한다는 기본 취지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서울증권의 경우 감독기관이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투자자 및 해당 관계자의 혼란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감독 당국은 시장의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지배주주 승인 여부를 더는 미뤄서는 안된다. 또 왜 승인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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