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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청와대 회동에 거는 기대

[동십자각] 청와대 회동에 거는 기대 정상범 ssang@sed.co.kr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재계 총수를 따로 만나거나 시장통 같은 경제현장을 둘러보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외부로부터 겉치레 행사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봐 몸을 사렸던 듯하다. 때문에 가끔씩 대통령이 경제에 관심이 없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런 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4대 그룹 총수와 따로 만나 30분씩 회동을 갖는다고 한다. 비록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대ㆍ중기 상생회의’ 때문에 이뤄진 것이지만 참여정부 들어 처음으로 마련된 ‘1+4회의’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삼성과 현대차ㆍLGㆍSK 등 4대 그룹의 매출액(2005년 기준)만 따져도 모두 370조원으로 정부 예산의 1.5배에 달할 정도다. 수출이나 투자규모, 일자리 창출 등 경제 기여도가 그만큼 막중하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뒤늦은 감은 있지만 4대 그룹 총수를 대접하는 듯한 청와대의 자세 변화는 일단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측이 만약 한마음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면 경제 전반에도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재계에서도 어렵사리 마련된 이번 만남에 적지않게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정부와 재계가 줄곧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모처럼 허심탄회하게 마음속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이번 회동에 상당히 부담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 노 대통령이 사회 각계각층과 첨예한 대립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서 이뤄진 회동이어서 행여 엉뚱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하고 있다. 때문에 저마다 정보망을 총동원해 청와대의 기류를 하나라도 더 알아내느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땅한 선물보따리가 없다는 점도 해마다 되풀이되는 고민거리다.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를 축소하는 마당에 어떻게 해야 하냐며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번 첫 회동에서 모두가 만족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듯하다. 다만 대통령과 총수들이 활짝 웃는 낯으로 담소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국민들에게는 가슴속 답답함을 잠시라도 풀어줄 듯싶다. 입력시간 : 2006/12/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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