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근 부유층 개인고객들을 초청해 초호화 접대를 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자회사 부실탕감 로비 의혹에 연루돼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있는 산은이 본연의 업무가 아닌 개인고객 마케팅에 거액을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책은행으로서의 정체성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19일 서울시내의 한 고급 한정식당에서 김창록 총재를 비롯한 임직원과 최우량(VVIP) 고객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수고객 만찬 간담회'를 열였다.
이날 행사는 칵테일 리셉션을 시작으로 1인당 8만원이 넘는 최고급 한정식에 이어 민속주와 일품요리를 먹고 마시면서 즐기는 전통공연 등 그야말로 초호화급으로진행됐다.
행사비는 모두 산은측에서 지불했으며, 술과 부대비용을 제외한 식사비만 1천만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창립 이후 처음 열린 이번 행사는 김 총재의 취임 첫인사와 창립 52주년고객 감사의 명목으로 열렸으며, 참석한 고객들은 대부분 예금액이 최소 수억원대에달하는 거액 자산가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도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하지만 산은의 경우 기간산업 및 기술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행사는 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초부터 검찰이 산은의 전현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현대차그룹 로비의혹 수사를 벌여 내부적으로 긴박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사를 가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행사 하루 전날인 지난달 18일 오후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여의도 산은본점에 들이닥쳐 관련 서류를 압수해가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김 총재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산은 본연의 임무와 국책은행의 공공성이 부자 고객들과 저녁 술판을 벌이는 것이냐"며 "차라리 시중은행을하겠다고 선언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산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처음 준비한 행사로 지점수가 많지 않아 찾기가불편한 산은에 거액을 예치해준 고객들에 대한 감사 차원에서 마련한 행사"라며 "시중은행들이 하는 이른바 '부자마케팅'의 하나로 봐달라"고 말했다.
앞서 김 총재는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답변을 통해 "국책은행으로서 공익성과 상업성이 중복될 경우 공익성을 우선하면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