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자,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려는 중소형 보험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는 9월 말부터 내년 말까지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판단 지표인 RBC비율이 단계적으로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중으로 하나HSBC생명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고 KB생명 등 다른 중소형사들도 연내 자본 확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한화손보가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RBC비율이란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급여력비율 지표다.
예컨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 RBC인데, 만약 RBC비율이 200%라면 보험 사고가 한꺼번에 터져 일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두 번 연속 닥쳐도 파산하지 않을 만큼의 자본을 쌓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 당국은 9월 시행세칙개정을 통해 요구자본을 늘리고 가용자본은 줄이는 방식으로 RBC비율을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RBC비율은 현행보다 70%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금융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한번에 규제를 강화할 경우 충격파가 클 것으로 보고 RBC비율 규제 여파가 점진적으로 미치게 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통상 금융 당국이 제시하는 적정 RBC비율은 150%인데 강화된 RBC산출공식을 적용하면 지금보다 70%포인트가량 RBC가 내려가 중소형사들은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이라며 "RBC비율이 100%에 못 미치면 적기시정 조치 대상이 되는 만큼 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고 내부 유보금을 쌓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나HSBC생명의 경우 현재 RBC비율이 178%정도에 불과해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보험 영업 강화에 대비한 차원의 조치"라며"HSBC그룹도 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KBㆍ카디프ㆍ우리아비바ㆍKDB 등의 생보사와 AXAㆍ메리츠ㆍ흥국ㆍ더케이 등의 손보사는 RBC비율이 150~200% 수준이다. 이들은 가급적 자본 확충을 통해 RBC비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한 중형사 관계자는 "RBC비율이 200%에 못 미치지만 재무적으로 큰 무리가 없어 당장 증자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자산운용에 어려움이 가중될 소지가 있는 만큼 융통성 있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