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의 신바젤자기자본협약(신바젤협약)이 도입되면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가계대출과 대출금액 10억원 미만의 소기업 대출은 오히려 활성화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와 같은 초우량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험이 반영돼 국제금융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는 이군희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소매금융비율이 가장 높은 A시중은행의 가계여신관련 신용포트폴리오 자료(2001~2003년)를 토대로 신바젤협약 조건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해 얻어낸 것이다. 이 보고서는 ‘소매여신의 신용위험모형과 신BIS(국제결제은행)협약 안에 따른 규제자본 적정성 연구’라는 제목으로 오는 29일 한국금융학회에서 발표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표본으로 사용된 A은행의 경우 신바젤협약을 적용하면 현재보다 소매금융부문에서 약 35%의 ‘규제자본 충당 감소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자본이란 은행이 대출위험도를 감안해 꼭 내부에 적립해두어야 하는 자본을 말한다. 특히 신바젤협약에서는 1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가계대출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개인사업자대출이 더 활성화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지난 2003년 5월 국제결제은행이 실시한 연구에서도 유럽의 경우 소매금융부문에서는 약 50%, 소기업의 경우 약 13%의 규제자본충당 감소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로서는 충당해야 할 규제자본 비율이 낮은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큰 부담 없이 늘릴 수 있게 된다.
반면 모든 기업이 해당 국가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평가를 받도록 한 신바젤협약의 조항으로 인해 국내 초우량 대기업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남북 대치 상황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국내 경제 여건상 대기업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해외 자본을 차입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국내 대기업들의 채권이나 해외대출금 가산금리가 올라가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바젤협약은 국제결제은행의 바젤위원회가 오는 2006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