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자 속탄다] '합병 반대' 현대정공 분규 5개월째...

기아자동차 인수와 현대그룹 자동차부문 3사 통합추진으로 종업원 8만여명의 거대기업으로 탈바꿈한 현대자동차가 조합원 2,000여명의 현대정공 울산공장 노조의 5개월에 걸친 파업과 농성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현대자동차는 강성노조로 소문난 기아차노조로부터 무분규선언을 끌어내는 경영수완을 발휘하며 무난히 기아차를 「한집식구」로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지난 4월 현대차써비스도 합병했다. 현대자동차는 이어 최근 임시주총을 열어 오는 31일자로 현대정공을 합병키로 했다. 형식상 합병절차는 순조롭게 마무리된 셈이다. 그러나 합병결의로 울산공장 5공장이 될 현대정공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수출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정공 노조원들은 지난 2월24일 그룹측의 자동차부문 통합방침에 반대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시작으로 6월말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전면 또는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에 따른 생산차질이 5,000여대에 이르고 손실금액은 560억원을 넘었다는 게 회사측의 주장이다. 특히 현대정공 노조가 지난달 23일 이후 10여일째 작업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속에서도 지난해 각각 무려 468%, 2,000%의 수출신장을 보였던 갤로퍼와 산타모의 재고량이 모두 바닥났다. 이같은 추세라면 추가 수출계약은 고사하고 주문물량에 대한 납품차질로 클레임이 걸릴 형편이다. 당장 조업재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금까지 땀흘려 벌어들인 달러를 도리어 현대자동차가 고스란히 물어야 할 판이다. 현대정공 관계자는 『일부 유럽국의 경우 올들어 첫 수출계약을 맺었으나 노조의 파업소식이 알려지면서 신인도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정공은 잇단 파업에 맞서 관리직사원과 일부 조·반장이 조업재개에 안간힘을 써봤지만 역부족으로 번번히 정상가동에 실패했고 폭력사태만 불러왔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회사측은 40여명의 노조간부들에 대해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계속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검·경은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최근의 노정화합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신중한 입장이고 정치권과 노동부도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 분규에 개입해 어정쩡한 합의안을 만들었다는 호된 비판을 받은 탓에 섣불리 중재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회사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노조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는 게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협상에 앞서 노조간부의 민·형사상 고소·고발 우선취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석달여의 파업 진통끝에 타결한 현대자동차 「8.24합의안」을 뒤집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게 회사측의 방침이다. 이 합의안은 고소·고발문제는 원칙적으로 사직당국의 처리에 맡긴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를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명분상 맞지않다는것이다. 설령 요구를 수용한다하더라도 구속영장이 발부된 노조간부들의 사법처리여부는 검찰의 권한이어서 회사측으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2000년 5월까지인 단협 및 고용보장기간의 2년 추가연장과 파업불참자에 대한 인사상불이익· 싼타모 2교대 전환시 개별합의· 조업단축시 통상임금외 연장근무 60시간분 급여보장 등의 노조요구도 현 임단협에 정면배치되는데다 상식을 벗어난 것이란 게 회사측의 이야기다. 현대정공 관계자는 『수출호조로 고용불안 문제가 없는 데도 파업을 볼모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영진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법이 무시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울산=김광수 기자 K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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