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은행 매각 '원천무효' 사태오나

금융당국 "매각승인 문제없지만 지분 강제매각 명령할수도" <br>시민단체 "2003년 계약전 상태로 원상복귀해야" 강경<br>법원 불법 판결땐 당국 직권취소 가능성은 없을듯


검찰이 7일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원천 무효되는 미증유의 사태가 일어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법원의 확정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이 금감위의 매각 승인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론스타에 지분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외환은행 매각에 불법행위가 있었으므로 2003년 계약 자체가 무효이며 따라서 모든 상황이 매각 계약 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당국은 당시 외환은행의 BIS비율이 과장되지 않았고 은행 관련 법령의 입법 취지와 당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매각 승인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만일 법원이 매각 과정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매각 승인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승인 자체가 무효화되므로 은행법에 따라 론스타에 외환은행 보유 지분을 6개월 안에 매각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매각 과정에 불법이 개입된 만큼 외환은행 매각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매각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으므로 매각 계약을 무효화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론스타 지분을 전 대주주에게 돌려주고 론스타에는 투자원금 및 이자를 지급하는 국내 M&A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된다. 미국에서는 90년대 초반 아랍계 펀드가 불법 로비를 통해 매입한 BCCI은행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나서서 거래를 무효화하고 재처리한 사례가 있다. 시민단체들은 또 론스타와의 법정 공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감독당국이 2003년의 매각 승인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위의 매각 승인 취소는 당시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수출입은행이나 코메르츠방크가 금감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하거나 금감위 스스로 승인을 취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또 법정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신속히 매각하고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 위원장은 “검찰은 론스타 지분에 대한 압수보존명령을 법원에 신청하고 당시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에 넘긴 금융기관들도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압수보존이란 검찰이 확정 판결 전에 피의자가 불법적으로 얻은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일종의 가처분 신청이다. 하지만 법원이 ‘매각 승인 취소’라는 판결을 내릴지 여부도 불확실하고 감독당국이 직권 취소를 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 ‘원천 무효’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법당국이나 금융감독당국 모두 수조원의 M&A를 원점으로 돌리는 판단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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