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동차보험] 특별기고.. 미국의 시스템.교통문화

양두석(梁斗錫·손해보험협회 차장) 「교통사고 사망율 세계 최고. 교통문화 후진국」. 우리나라 자동차 운전, 교통문화의 현주소다. 손해보험사들도 높은 사고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업종에 걸쳐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는 시대에 유독 손보업만큼은 외국사가 없는 이유도 한국은 최악의 교통사고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습성으로 굳어진 교통질서와 의식이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힘든 일. 그러나 내년 5월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것이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범칙금은 범칙금대로 물고 보험료도 더 내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법규를 준수하는 수 밖에 없다. 시스템으로 사고를 막자는 발상이다. 교통질서의식이 가장 뛰어나다는 미국 운전자들의 운전습관도 실제로는 가혹하리만큼의 벌금과 법적제재가 배경이다. 미국의 운전자들은 긴장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지그재그 운전은 형사범 이민온지 3년 남짓한 재미교포 찰스 김. 골프 모임에 지각하게 생겼다. 집에서 늦게 나온 도로를 만나자마자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마침 도로도 한산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경찰도 보이지 않는다. 3년동안 「법을 준수하는 미국시민」이 되기 위해 교통법규를 꼬박 꼬박 지켜왔지만 마음이 급해지자 옛날 습관이 나왔다. 한국에서 하던 지그재그 운전 이 살아난 것이다. 앞에 차가 나타나면 바로 그 옆 차선으로 바꾸고 그 바꾼 차선에서 다시 앞에 자동차가 걸리면 또 다른 차선으로 바꾸고 하면서 차를 몰았다. 그래도 제한 속도는 지켰다. 약속장소에 다다를 즈음 경찰차의 사이렌소리가 들렸다. 경찰차는 경광등을 번쩍거리며 다가왔다. 그래도 김씨는 안심했다. 제한속도는 지켰으니까. 그런데도 경찰은 그에게 정차명령을 내렸다. 다가온 경찰에게 그는 항변했다. 『내가 뭘했다고 그래(I didn’t do anything!)』. 경찰은 『당신은 이미 여러사람 죽였다』며 받아쳤다. 「차선을 너무 많이 바꿔서 다른 차는 물론이고 당신 스스로도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다」며 덧붙였다. 자기 혼자는 차선을 바꿔 빨리 달릴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의 차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는 물론 진로를 자꾸 간섭당함에 따라 시간도 많이 지체됐으며 다른 운전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잠재적 사고위험을 높였다는 것. 경찰은 당신은 여러사람을 괴롭힌 형사범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그는 벌금 300달러는 물론 3주일 뒤에는 법정에 서기까지 했다. 교통 협박은 중죄인 젊은 사람들의 운전 매너가 상대적으로 거친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 미국에서도 그렇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보다는 덜 안정적이다. 때문에 젊은이들이 운전하는 차량은 일단 요주의 대상이다. 특히 다른 차량을 겁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기 이를데 없다. 미국에서는 이를 「교통협박」이라고 한다. 앞서가는 차의 뒤에 바짝 붙어 빨리 가라고 전조등을 번쩍번쩍이는 행위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자운전자나 초보운전자들이 많이 당하는 협박행위가 미국에서는 중죄에 해당된다. 남을 귀찮게 함으로써 그런 귀찮음을 당한 사람들의 잠재적인 교통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남의 차 뒤에서 헤드라이트를 번쩍였거나 차를 바싹 갖다 붙인 차량들은 헬기와 순찰차,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동원한 경찰의 입체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반드시 잡히게 되어 있다. 운전자는 벌금만 내고 풀려나는 것이 아니라 반나절의 운전 재교육을 받게 된다. 남을 괴롭게 하거나 불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같은 행위는 운전 질서는 물론 사회질서까지 파괴하기 때문에 그냥 놔둬서는 안된다는 것이 교통 협박범에 대한 단속 기준인 것이다. 음주운전 비용은 3천만원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으로 직결된다. 이제는 우리도 음주운전이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주말전야의 유흥가 주변에서는 술에 취한채 핸들을 잡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미국에서도 한국인들의 음주운전 버릇은 유명하다. 미국인들은 전혀 하지 않는 2차, 3차음주문화때문에 음주운전을 한다치면 십중팔구 한국인이다. 미국에서 음주운전으로 패가망신한 한국인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최근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한국어신문이 음주운전을 했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이 깨지는가를 기획기사로 다뤘다. 총액은 2만5,000달러.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3,000만원이 넘는다. 어떻게 돈이 이렇게 많이 들까? 우선 음주운전을 하다 걸리면 현장에서 수갑이 채워진다. 음주운전을 살인을 할 위험성이 있는 준비단계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경찰서 유치장에 넘겨지면 바로 변호인 접견이 허락된다. 음주운전에 관한 명확한 증거는 이미 현장에서 단속 경찰에 의해 수집된 상태이다. 우리처럼 운전석에 앉은채 음주운전 측정기에 그저 한 번 입김을 부는 게 아니다. 음주운전의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는 운전자에게는 경찰이 접근한 다음 차량에서 격리시킨다. 다음 음주운전 측정기에 입김을 세번 불게한다. 음주량이 단속기준치에 미달해도 음주 의심이 가는 운전자는 그냥 보내지 않는다. 그를 그냥 보낼 경우 많은 사람의 생명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먼저 2미터 정도의 흰줄을 도로위에 긋는다. 그 줄을 따라서 음주 의심 운전자가 걸어보도록 한다. 그 다음 경찰이 지시하는대로 손가락 펴기를 제대로 하는가를 따진다. 다시 10부터 1까지 숫자를 거꾸로 세게한다. 이런 과정을 다 통과해야 음주운전의 의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유치장에 붙잡혀온 음주운전자는 이미 이런 과정을 통해 끌려온 사람이므로 명백한 형사범이다. 따라서 반드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때 변호사 선임 비용은 보통 1만달러. 결국 벌금과 과징금 등을 합하면 쉽게 2만5,000 달러가 나온다. 그러나 돈만 냈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사회봉사가 명령된다. 일주일에서부터 보름까지의 사회봉사는 공공기관의 보일러 청소에서부터 무너진 축대 쌓기, 양로원에 가서 빨래하기 등 다양하다. 사회봉사 기간 동안 하루 두시간씩 실시되는 음주운전에 관한 예방교육도 받아야 한다. 음주운전 한번 했다 걸리면 재산상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보통 곤욕을 치루는 것이 아니다. 우리처럼 음주운전으로 걸린 연예인이 버젓히 활동을 재개하는 일은 미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음주운전은 준살인예비죄이기 때문이다. 법규 위반은 보험료 30%할증 미국에선 속도위반으로 걸리면 일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60마일 구역에서 90마일로 달리다 걸렸다 치자. 우리나라 같으면 딱지 하나 끊고 벌금을 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간단히 끊나지 않는다. 60마일 구역에서 90마일로 달렸으므로 위반한 속도의 차이는 30마일이다. 과속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95달러의 벌금에 위반속도의 정도에 따라 매 5마일마다 벌금이 할증된다. 5마일이면 10달러가 불어 백달러를 훌쩍 뛰어넘게 되고 다시 5마일이 추가되면 20달러가 할증되고. 이런식으로 붙여서 벌금은 150달러쯤 매겨진다. 좀 많긴 하지만 벌금을 내면 다 끝난게 아니냐고? 아직 치뤄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60마일 제한에 90마일이라면 이것은 좀 심하다. 반드시 재판을 거쳐야 한다. 할말 있으면 재판정에 나와서 해야 한다. 90마일 이하였다면 불만이 있을 때만 재판정에 나가면 되지만 이 경우는 위반속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재판정에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뉴욕이 본거지인 사람이 출장 여행으로 켄터키주에 가서 60마일 구역에서 90마일 속도로 달리다 걸렸다면 본인이 재판을 받으러 뉴욕에서 켄터키주로 나중에 다시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설사 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속도위반은 대단히 위험한 교통위반이므로 향후 3년간 보험료가 30%나 오른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료는 우리 나라의 7~8배수준이다. 대부분 근검이 몸에 벤 미국인에게 3년간 보험료 30% 할증은 감옥생활보다 무서운 형벌이다. 때문에 미국 운전자들에게는 교통위반은 곧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가슴 깊이 자리하고 있다. 단속 경찰이 없더라도 속도를 잘 지킨다. 안전띠 위반은 두배 미국에서도 안전띠 운전을 꾸준히 계몽한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길을 막고 교통경찰이 단속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약 신호위반이나 다른 교통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된 운전자가 경찰에 적발될 당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벌금과 벌점이 두배가 된다. 운전자는 하고 있었는데 그 옆에 앉은 동승자가 안전띠를 하고 있지 않았더라도 그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으므로 역시 두배의 벌금과 벌점이 부과된다. 안전띠를 매긴 했어도 우리처럼 안전띠를 느슨하게 매도록 해주는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면 벌금과 벌점은 역시 두배다. 학교버스 추월은 천 달러 미국에서 가장 우대받는 순서는 첫번째가 어린이고 그 다음은 여자 그리고 세번째는 당연히 남자일 것 같지만 남자가 아니라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 그리고 그 다음이 남자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로 어린이들은 우대받는다. 이런 사회구조이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을 학교로 실어나르는 학교버스는 신성불가침한 존재이다. 어린 학생을 태우기 위해 스쿨버스가 정차해 있을 때는 따라오는 다른 승용차들도 모두 그 스쿨버스 뒤에 정차해야한다. 맞은 편에서 오던 차량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를 어겼다면 벌금 1,000달러를 내야한다. 스쿨버스가 천천히 간다고 뒤에 좇아오면서 경적을 울려댄다든지 헤드라이트를 껌벅껌벅 하면서 스쿨버스 운전사를 괴롭힌 사람은 형사범으로 취급해 구속시킨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각별하다. 주차장이 아무리 혼잡해도 장애인 주차구역에는 정상인의 차를 주차할 수 없다. 장애인도 아니면서 주차할 곳이 없다고 장애인 주차지역에 주차를 했다면 첫번째 위반에는 500달러 두번째는 300달러 3번째는 과중한 벌금과 함께 사회봉사를 해야한다. 고발정신이 질서를 낳는다 미국 운전자들의 고발 정신은 대단하다. 다른 도로로 연결되는 좁은 차선에 남들은 일렬로 차를 늘어서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자기는 다른 차선으로 가다가 남이 기다리는 앞에다 새치기를 하는 이런 얌체운전자들은 경찰이 단속하는 것보다 시민들이 더 혼을 낸다. 일제히 경적을 울려대기도 하고 설사 그 차가 새치기를 해서 진입 차선에 들어서서 빠른 속도로 달린다해도 쫓아오는 다른 차들이 그차 옆을 지나면서 마구 손가락질을 해댄다. 사진기를 들이대고 고발을 위한 증거를 잡는 사람도 있다. 때문에 정말 중환자를 싣고가는 앰블런스가 아닌 다음에는 새치기를 하지 못한다. 한국은 보험의 천국 미국의 자동차보험은 엄격하다. 우리처럼 아무나 받아주지 않는다. 차량 상태를 확인도 안하고 그냥 보험에 들어주지도 않는다. 차량 종류와 크기, 운전자의 경력에 따라 보험료가 천차 만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평균 7~8배 비싸다. 우리 나라는 교통위반에 걸리더라도 경찰관이 보험증명서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면허증과 등록증과 함께 반드시 보험가입증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보험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증을 내놓지 못하면 구비서류 위반으로 역시 벌금이 매겨진다. 자동차사고를 두번 정도 낸 사람이라면 다른 일반 보험가입자의 두배를 보험료로 내야한다. 세번 정도 사고를 낸 사람이라면 어떤 보험사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각 주정부가 지정하는 공공 보험사에 들어야 한다. 보험료는 천문학적이다. 무사고 운전자라 하더라도 우리처럼 보험료가 엄청나게 깍이지 않는다. 역시 시장경제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보험을 들었다 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자동차 보험회사가 전액 다 보상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고가 났다 하더라도 자기가 1,000만원 정도까지 부담하는 보험상품은 보험료가 싸고, 500만원까지만 부담한다면 1,000만원 부담보다는 비싸다. 단 한푼도 부담하지 않는 보험도 있지만 이것은 운전경력이 무사고일뿐 아니라 나이도 40세 이상이라야 한다. 우리처럼 사고를 냈더라도 나의 금전적 책임과 법률적 책임이 모두 면제된다고 믿지않는다. 이런 사고(思考)를 갖기 때문에 도로에 나선 운전자들의 긴장감이 대단하다. 새차를 살때는 우리처럼 자동차 대리점에서 전화로 자기가 계약한 보험사에 차종과 자기 이름을 부르고 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중고차일 경우에는 반드시 보험대리점으로 그 차를 가져가야 한다. 보험대리점에서는 차량의 실내와 외부 그리고 차량 점검일지나 수리일지 등을 복사한 뒤에 보험에 들어준다. 우리처럼 그 차의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면서 중고차 대리점에서 마구잡이로 보험을 받지 않는다. 이런 과정이 사회전체의 믿음과 신용을 받쳐주고 높여준다. 이들의 이런 보험제도와 비교하면 우리 나라는 가히 자동차보험 천국이다. 보험만 들면 사고를 내도 나는 하나도 책임 안진다는 해괴망측한 믿음이 교통사고 제1위국이라는 불명예를 떠받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트루먼쇼' 16일 무/료/시/사/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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