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포스코 주부사원 1기생 교육 현장을 가다

"6개월간의 '담금질' 끝나면 어엿한 철의 여인 될거예요"<br>이론·현장실습 구슬땀 주부사원 요청부서 늘어 "내년 냉연공장 등 배치"


“철의 여인으로 변신하기 그리 만만치 않네요” 추석연휴를 마친 지난 2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만난 박영희씨는 악수를 청하는 기자에게 이마의 땀방울을 닦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포스코 주부사원 1기생으로 뽑힌 박씨는 내년 1월이면 당당한 철의 여인으로 다시 태어날 예비 포스코 우먼이다. 그는 요즘 현장 실습차 품질기술부에서 남자 직원들과 어우러져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9월 10일부터 박씨를 비롯한 주부사원들은 포항과 광양공장에 배치됐다. 처음 현장에서 주부사원들을 접한 남자 직원들은 행여 업무에 차질을 빚을까봐 잔뜩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름 정도 지나자 이들을 보는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오히려 배치를 받지 않았던 부서에서도 주부사원을 보내 줄 수 없냐는 문의가 밀려들고 있을 정도다. ‘금녀(禁女)의 집’이라 불러도 될 만큼 남성들만 득실대던 이곳에 박 씨와 함께 출근한 여성들은 모두 30명. 포스코가 창사이후 40년 만에 처음 포항과 광양지역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시험에서 무려 133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한 주인공들이다. 박 씨는 “합격통지전화를 받고 한동안 멍했어요. 회사에서 합격선물로 보내준 대형 꽃바구니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렸다”고 말했다. 하긴 4,100명이나 되는 지원자 가운데 1차 서류전형과 2차 필기시험을 거쳐 3차 면접장에 나온 90명은 누구 하나 빠질 것 같지 않은 쟁쟁한 이들이어서 아무도 합격을 자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바늘구멍을 통과한 탓인지 지난 7월부터 포항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합숙훈련은 고시생을 뺨칠 정도로 열정이 넘쳐 인사담당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몰려오는 졸음을 애써 참으며 20년만에 다시 수업을 받았다는 서정열씨는 “나이가 40이 넘다보니 수업이 어렵지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는 것은 너무 기분 좋은 일 아니냐”며 웃었다. 주부사원들이 받는 강의내용도 그리 만만치 않다. 포스코의 경영현황부터 철강생산공정, 정보보안, 기업윤리 등 업무지식부터 창의력 개발, 경영자 특강까지 다양한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6개월간의 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하고 내년 1월 일선부서에 배치되면 주부사원들은 남자사원과 동일한 직무와 근로조건을 대우 받게 된다. 그런 만큼 공부해야 할 내용도 많다는 얘기다. 본격적인 제철소 업무 실습에 들어가면서 교육의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인재개발원 현장실습실. 경고음에 따라 이곳 저곳을 살피며 대처하는 모습은 이미 제철소 베테랑 현장 직원들인듯 하다. “처음에는 삐 소리에 우왕좌왕 했지만 이제는 실제 현장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하는 원정은씨에게는 이미 능숙한 현장직원 분위기마저 엿보인다. 주부 사원들은 또 강의실을 벗어나 정신지체장애자들의 휴식처인 예티쉼터를 찾아 사회봉사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성에가 가득한 냉장고 청소에서 세탁, 식재료 다듬는 일까지 모두 능숙한 손놀림의 주부 9단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보람찬 일이다. 권남희씨는 “가사일이 이렇게 보람있고 즐거워 보기도 모처럼 맛보고 있다”며 “이제는 주부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달라진 모습을 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장 주부 사원들의 적응에 따라 주부사원 채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실제 이번에 주부 사원들이 배치되지 않은 부서에도 여직원 탈의실, 화장실 등 부대시설을 만들고 현장 여직원을 받을 준비를 끝냈다. 김연중 인재개발원 혁신지원그룹 총괄직은 “일본 등 경쟁 철강업체의 경우 여성 현장직원들의 활용이 높은 편”이라며 “현장 지원부서 위주에서 벗어나 냉연공장 등 현장에도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주부 사원들은 이제 주부라는 말을 빼달라고 입을 모았다. 남성 현장직 사원들과 동일한 근무를 하는 포스코의 생산직업무 사원이라는 것이다. 내년 1월이면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만나게 될 철의 여인들이 어떻게 변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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