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밀켄 글로벌 컨퍼런스] "돈 잔치에 자산거품 위험 수준… 연준 출구전략 서둘러야"

■금융위기 재발 경고

원칙없는 통화정책으로 시장 불확실성 키워

정크본드 자금 유입 등 신용시장 적색 신호

로고프 "중국 7% 성장 어려워" 경착륙 우려

29일(현지시간) 밀켄 글로벌 컨퍼런스의 '석학 토론-세계 경제는 어디로'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존 테일러(오른쪽) 스탠퍼드대 교수의 발언을 존 로고프(왼쪽) 하버드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 세번째) 뉴욕대 교수가 경청하고 있다. /LA 비벌리힐스=최형욱특파원


올해 밀켄 글로벌 컨퍼런스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천문학적인 돈잔치에 불어난 자산 거품이 붕괴되며 금융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경고가 세계적인 석학들, 월가 큰손들을 막론하고 쏟아졌다. 신용시장의 버블이 한계에 이르면서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똑같은 경고음이 나오는 만큼 연준이 출구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데자뷔' 우려감 확산=29일(현지시간) 열린 '석학 토론, 세계 경제 어디로'라는 주제의 세션에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연준은 3~4년 뒤에나 기준금리를 지금의 0%에서 4%로 올리며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2년간은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자산 버블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리스크는 아니지만 연준이 너무 적게, 너무 느리게 출구전략을 실시하면 지난 2007년, 2008년과 같은 자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연준이 원칙도 없이 자주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스스로도 경기조절 방법을 몰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1980~1990년대처럼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테일러 교수는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운용의 지표로 삼고 있는 '테일러 법칙'을 고안한 경제학자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연준의 양적완화에도 미국 경제는 아직도 무기력하고 마비된 상태"라며 "연준의 전례 없는 실험으로 통화정책의 근간이 뿌리째 뽑혀나갔고 시장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향후 연준의 행보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은 1990년대 인터넷 붐, 2000년대 부동산 급등 등에서 보듯 버블만으로 성장해왔다"며 "연준이 금리라는 수단만으로 경기를 조절하고 있어 통화정책을 바꿀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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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도 경계론이 확산되고 있다. 마크 로완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공동창업자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신용시장이 금융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과거 신용 거품이 붕괴할 때와 같은 양상이 정확히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뉴욕 주가지수는 걸핏하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정크본드채권에는 지난해 3,803억달러에 이어 올해 1,188억달러의 자금이 몰리면서 수익률도 5% 정도로 떨어졌다. 태드 리벨레 TCW그룹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이날 "신용 사이클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제프리 군드라치 더블린캐피털 창업자도 "6년간 제로금리가 이어지며 자산이 심각하게 고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위기는 딸꾹질…중국 경착륙은 지진=이번 토론에서 석학들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도 경계했다. 주요국의 과도한 정부부채, 소득불평등 등의 요인 때문에 경제가 진정한 회복에 이르지 못했고(테일러 교수) 앞으로 적어도 몇 년간은 느리게 회복될 수밖에 없다(로고프 교수)는 것이다.

특히 중국 경제둔화에 대한 위기감이 컸다. 루비니 교수와 테일러 교수는 동시에 "중국이 경착륙으로 가는 여러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중심의 중국 성장모델이 한계에 이른 가운데 중국의 섀도뱅킹(그림자금융), 부동산 거품, 민간 및 공공부채 급증 등 3대 악재가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고프 교수도 "중국의 주요 통계 자체를 신뢰하기 힘들다"며 "중국은 (정부 목표치인 7.5%는커녕) 7%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5년 내 터프 랜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단기 성장률 전망에 대해 여러 주장이 있다"면서도 "분명한 점은 중국의 고성장이 정체될 때 닥칠 지진에 비하면 지난해 신흥시장 위기는 단지 딸꾹질로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신흥시장에 대해서도 올해 고난의 시기를 예상했다. 루비니 교수는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이른바 '취약 5개국'은 물론 베네수엘라 등 상당수의 신흥국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지난 수년간 신흥시장의 호황을 이끌었던 글로벌 순풍이 역풍으로 바뀌면서 앞으로 10년간은 글로벌 자금의 유입세가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테일러 교수는 "역내 국가들의 부채비율이 높고 펀더멘털도 아직 문제지만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루비니 교수는 "성장률이 1% 정도로 회복됐지만 여전히 취약하고 몇몇 국가는 실업률이 25%에 이른다"며 "현재 1%를 밑도는 인플레이션율이 더 떨어질 수 있고 이와 별도로 다른 충격을 한두 차례 더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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