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원대책 혼선 “조업정상화 난항”/한보부도 한달

◎자금수혈·인프라확충 지지부진/서류압수… 설비가 평가도 못해/코렉스공장 건설중단속 철근값 등 속등조짐한보철강이 지난달 23일 부도처리된지 정확히 한달이 지났다.단군이래 최대의 금융사고로 간주되는 한보부도는 금융권은 물론이고 국가경제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한보사태로 존폐위기에 직면한 해당 은행들은 물론이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은 여타 금융기관들도 「몸사리기」에 급급, 우량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금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에 대한 뒤처리도 우리 경제에 거대한 블랙홀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보부도 1개월을 분야별로 정리한다.<편집자주> 한보철강의 새 경영진과 포항제철 지원팀은 지난 12일부터 당진제철소에서 실사와 함께 조업정상화 작업을 펴고 있으나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또 정부와 채권은행단, 신임경영진간의 손발이 맞지 않아 한보철강 조업 정화가 초장부터 삐걱대고 있다. 경영팀은 평가작업부터 시작해야 당진제철소 정상화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검찰이 관련서류 대부분을 압수해간 상황에서 장부상 설비가액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추가자금지원 분담을 둘러싼 은행간 이견에 따라 채권은행단과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자금조달에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한보철강에 대한 인프라 지원을 검토중이지만 정책주체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승수 부총리가 최근 당진제철소를 방문,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재경원 실무자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으며 건설교통부도 한보가 추진해온 자가용 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인프라 지원이 결정돼도 적정수준의 예산확보가 수월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임 경영진은 이에따라 현장실사를 통해 당진제철소의 문제점을 진단, 미완공 설비에 대한 최종완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당초 이달말께 내놓을 예정이었던 한보철강 경영정상화 계획의 발표를 다음달로 늦추기로 했다. 현장 관계자는 『한보의 설비도입 금액을 근거로 적정원가 산정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현황파악이 어렵고 채권은행단도 자금지원에 소극적이어서 공사재개가 늦어지는 등 상황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제철소 A지구(열연·철근)는 지난달 23일 부도가 난 뒤 가동중단 위기에 몰렸으나 채권은행단의 긴급자금지원에 따라 현재 65%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오는 하반기 완공예정이었던 B지구(코렉스·2열연·냉연)의 경우 협력업체들이 빠져나가면서 건설이 중단된 상태. 부도당일 3백여 업체(7천5백여명)가 작업중이었으나 현재는 40여개 업체(1천2백여명)만이 남아 있다고 한보철강 관계자는 밝혔다. 부도에 따라 판매도 끊기면서 32만톤, 9백억원 어치의 재고가 쌓여있다. 새 경영진은 설비만 감안할 경우 당진제철소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다. 미니밀은 미국에서 도입한 이래 동남아를 비롯한 각국에 확산되면서 새로운 제철공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코렉스 역시 포철이 양산기술 확보에 성공한 만큼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 신임 경영진이 걱정하는 부분은 인프라다. 이들은 은행권의 금융지원과 포철의 조업기술 및 경영지원이 이어진들 열악한 도로·항만·용수 문제 등을 해결치 않고서는 경영정상화는 꿈도 꿀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류비 부담이 큰 철강산업의 특성상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서는 정상영업이 어렵다는게 상식이다. 포철이 한보철강 경영지원의 시기를 공장완공 및 조업정상화로 못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인프라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영정상화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인프라 지원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정리와 채권은행단의 자금 적기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당진제철소 정상화는 당분간 혼선을 거듭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보철강의 조업정상화 지연은 국내 철강제품 수급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근의 경우 시장의 17.6%(1백80만톤)를 차지하고 있던 한보의 부도에 따라 기업들의 재고부담이 크게 줄었으며 가격인상(4%)으로 이어졌다. 강관업계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국산 열연강판의 사용비중을 크게 늘리기로 했으나 한보부도 이후 새로운 구입선을 확보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상복> ◎중소기업/하루평균 20여사 쓰러져/어음할인 기피… 흑자도산까지 한보가 부도를 낸 지난달 23일 이후 서울지역에서만 하루 평균 20개에 가까운 기업들이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연쇄부도를 막기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중소기업들은 애석하게도 이 혜택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악재로 중소기업만큼이나 어려운 지경에 처한 은행들이 대출의 문턱을 더욱 높이고 사채업자들마저 몸을 사리는 바람에 돈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던 대동조선은 대주주인 세양선박이 한보 위장계열사로 알려지면서 부도로 무너졌고 국내 3대 문구업체인 마이크로코리아도 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바람에 흑자도산하는 비운을 겪었다. 실제로 한보사태 이후 중소기업이 어음을 할인받기 위해서는 최고 연20%까지의 금리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한보와 거래관계가 있는 협력중소기업 70개사와 일반 중소기업 1백20개사등 1백9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보사태 이후 중소기업 자금환경 변화」조사에 따르면 한보사태 이후 금융기관의 대출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전체의 57.2%를 차지했으며, 특히 한보와 거래관계가 있는 협력중소기업의 경우는 63.2%가 대출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지난 24일부터 중소기업청 금속공업과에 설치된 한보철강관련 애로신고센터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의 신음소리가 여전하다. 피해중소업체들의 걱정은 한결같다. 한보부도여파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자금시장 여건을 감안해 볼 때 피해업체가 끝내 문을 닫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박동석> ◎자금시장/불신감 팽배 “풍요속 빈곤”/할부금융·파이낸스 생존위협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금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한보사태이후 잇따라 발생한 부도여파로 여기저기 깨져버리고 금이 간 위험천만의 얼음판이다. 「어느 금융기관, 어느 기업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자금시장에 팽배해 있다. 이에 따라 한보사태이후 정부에서 방출한 6조원 가량의 자금이 은행, 종합금융사 등 대형 금융기관에서만 움직이고 있다. 자금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한단계를 거칠 때마다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정체상황이다. 종금사들은 최근 거래기업들에 대한 여신심사를 강화, 어음할인 금리를 신용도에 따라 차별화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계열기업군 소속 대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은 12.50∼12.60%로 할인하고 있는 반면 일반기업 발행CP에 대해서는 12.70∼12.8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보부도와 중소기업들의 잇따른 부도로 피해를 입은 할부금융사, 파이낸스사들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어음할인량이 한보사태이전보다 절반가량 감소하는 등 영업도 급격하게 위축,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할인금리도 A급어음의 경우 13.0∼13.5%로 한달전에 비해 0.5∼1.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B급어음은 대략 14.5%의 금리로 할인되고 있으며 C급어음은 할인자체를 꺼리면서 16.0∼16.5%까지 치솟은 상태다. 한보사태이후 사채시장에서는 돈을 융통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위험하다고 느끼면 자취를 감춰버리는 사채업자들의 속성때문이다. 최근 A급어음의 경우 월 1.2∼1.3%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으며 B급어음은 월 2%(연 24%)에 할인되고 있다.<이기형>◇한보부도 1개월 일지 ▲1월23일=한보철강 최종 부도처리 채권은행단, 포철에 위탁경영 결정 ▲24일=정태수 총회장 퇴진 ▲25일=포철, 위탁경영 수락 ▲27일=채권은행단, 당진제철소 완공까지 자금지원 합의. 정태수 총회장 『재산권 포기불가』 발언 ▲28일=한보사태 자금난 해소 6조원 긴급방출키로(경제장관회의). 당진제철소 일부 가동중단(유공, 당진제철소에 가스공급중단). 한보철강 법정관리 신청 ▲29일=채권은행단, 한보철강에 자금관리단 파견. 은행단, 공장가동 및 협력업체 자금결제 위해 5천7백억원 지원 ▲30일=연쇄부도 방지위해 하청업체 징세유예 및 연장(한보대책 실무위). (주)한보 시공공사 중단. 채권은행단, 자금결제 위해 1천6백억원 우선 지원 ▲31일=한보철강 정상가동까지 1조6천억원 지원(대통령 주재 긴급경제장관회의). 한보철강, (주)한보 재산보전 처분. 『한보철강 국민기업화 검토』(청와대 관계자)발언. 정태수 총회장 구속수감 ▲2월1일=한보 위장계열사 세양선박 부도. 한보부도로 철근가격 4% 인상 ▲2일=박득표 전 포철사장(금강공업회장) 위탁경영인 내정 ▲3일=한보철강 협력업체 대상 채권확인서 발급. 상아제약 부도. 채권은행단, 포철추천 경영인에 전권 부여 결정 ▲4일=포철, 위탁경영 전면에 나서기로 하고 위탁경영인에 손근석 포스코개발회장 선임 ▲5일=포철 한보철강 지원반 가동. 한보철강 당좌거래 재개 ▲6일=한보철강 기존임원진 사표제출 ▲11일=금융권, 정씨 일가 은닉재산 압류 추진. 당진제철소 평가 뒤 완공여부 재검토(손근석 한보철강사장 기자회견) ▲12일=한보에너지, 상아제약 재산보전 처분 ▲18일=한승수 부총리, 당진제철소 조기완공위해 인프라 지원 약속. 당진제철소 코렉스 도입 등 의혹관련 통산부 해명 ▲19일=검찰, 한보특혜대출 의혹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 ▲20일=미 철강업계, 『한보지원은 정부 보조금』 주장, WTO 제소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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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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