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다단계판매 국내 회원 130만명/직장인들 한몫 찾아 「부업활동」

◎낮엔 회사생활 밤엔 「조직보스」/2백명 관리에 월 수입 천만원/고소득 매력에 아예 전직도 많아세계 굴지의 다국적기업인 I사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J모 과장.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학벌에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번듯한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장인이지만 J과장은 밤만되면 「조직」의 보스로 변신한다. J과장이 신분을 숨기고(굳이 숨길 필요도 없지만) 매일밤 관리하고 있는 조직은 다름아닌 다단계 판매조직이다. 2년전 우연한 기회에 미국 다단계 판매업체에 발을 들여 놓은 후 J과장이 점조직으로 확장한 회원수는 현재 2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회원들이 판매하는 매출액이 많으면 많을 수록 J과장의 수입 또한 기하 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월수 1천만원 이상으로 웬만한 중소기업체 사장이 부럽지 않다. 평범한 샐러리맨들과 달리 밤시간을 쪼개 J과장이 관리 및 판매를 독려하고 있는 다단계 판매조직은 지금의 직장에서 받는 연봉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입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인 S사의 K모 차장도 J과장과 마찬가지로 최근 다단계 판매에 뛰어들어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부수입이 오히려 봉급을 몇배 이상 능가해 K차장은 하부 판매조직원의 수가 일정 수준에 올라설 경우 아예 전직을 고려하고 있다. 물론 안정된 직장에 사표를 내고 전직을 한다는 것이 위험부담이 따르기는 하지만 봉급쟁이의 끝이 뻔한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과감히 「내 사업」을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서다. 최근 「무점포 판매」의 꽃이라 불리는 다단계 판매가 국내 유통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J과장이나 K차장처럼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밤에는 부업으로 다단계 판매조직에 눈길을 돌리는 직장인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과거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았던 주부들에 한정됐던 다단계 판매망이 이제는 일반 직장에도 침투, 샐러리맨들이 다단계 판매원으로 활동하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다단계 판매에 대한 인식 변화와 고소득 보장 등에 힘입어 현재 90여개 다단계 판매업체가 국내에서 영업중이며 이중 외국계는 암웨이를 비롯 뉴스킨, 렉솔코리아, 선라이더, 엑셀 등 8개사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들 다단계 판매업체에서 활동중인 판매원은 무려 1백30만명에 달하며 이중 적어도 10% 이상이 일반 직장생활과 다단계 판매업을 겸업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직장인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다단계 판매업에 눈길을 돌리는 샐러리맨들이 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직장에 있는 동안에도 판매원 확장에 온 신경을 기울여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질 게 뻔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김진균 교수(사회학과)는 『최근 번지고 있는 감원바람에다 명예퇴직제 등과 관련한 직장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와도 무관치 않다』며 『이처럼 직장인들이 한눈을 파는 것은 기업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불안과 직결되므로 공공성과 안정성 차원에서 고용문제가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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