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비전 없으면 미래 없어" 절박감 표현

■ 이건희 회장 "日 힘빠지고 中은 아직…"<br>'상상력·기술개선' 등 향후 나아갈 방향 제시<br>두딸 손 꼭 잡고 OLED TV 등 꼼꼼히 체크<br>"삼성 회장 왔다" 외국인들 셔터 누르며 관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2012 CES'에 참관하던 중 "일본은 힘이 좀 빠져 버린 것 같고 중국은 아직 한국을 쫓아오기에 시간이 좀 걸리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우월감보다는 절박함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중국의 맹추격과 일본의 고속질주라는 '샌드위치' 상황 속에서 긴장감을 갖고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스스로 새로운 비전을 갖지 않는다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 회장의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회장은 이날 "삼상부스를 둘러본 소감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말 앞으로 몇 년, 십 년 사이에 정신을 안 차리고 있으면 금방 뒤지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진국을 따라가고 우리가 앞서가는 것도 몇 개 있지만 더 앞서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미래에 대해 충실하게 생각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활용해서 힘 있게 나아가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미래∙상상력∙기술선도를 제시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긴장감은 CES 출발 전에도 뚜렷하게 드러났었다. 이 회장은 이달 초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에 참석해 "(CES 기간에) 삼성전자의 위상이 옛날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구상해볼 것"이라며 "(CES에서) 사장단들의 고충과 이야기도 들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이 'CES에서 사장들과의 논의' 결과를 묻자 "더 깊이 미래를 직시하고, 더 멀리 보고, 더 기술을 완벽하게 가져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전시장에 들어설 때 그의 두 손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손을 잡고 있었다. 지난 '2010년 CES'를 참관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 회장은 두 딸의 손을 놓지 않았고 삼성전자 부스에서 1시간가량 머물렀다.

취재진들의 카메라 플래시와 방송사의 ENG카메라가 몰려들기 시작하자 일부 외국인 무리 속에서는 "이 사람이 대체 누구냐"라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직원이 "삼성의 회장"이라고 소개하며 동선을 확보하려 하자 외국인들은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이 회장의 사진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전시회인 CES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회장은 가장 먼저 윤부근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관람했다. 윤 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 회장에게 "자연컬러를 내고 명암비도 훌륭해 화면겹침 현상이 없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OLED TV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OLED TV의 화질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곧 이어 윤 사장은 75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소개했다. 이 회장은 윤 사장에게 "(이건) LED TV인가"라며 OLED TV와 색감이 다른 것을 지적했다. "삼성의 패널을 사용한다"는 윤 사장의 설명을 듣고서는 "아 그래?"라며 유심히 관찰했다. 이 회장이 보기에도 OLED TV보다는 선명도와 색감이 떨어지지만 시원스레 한눈에 들어오는 LED TV를 보면서 삼성전자의 패널 기술 등도 확인한 것이다. 그는 3D TV 앞에서 직접 안경을 착용해보기도 하는 등 TV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회장의 평가는 "색깔 좋은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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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음성인식이 가능한 ES8000 스마트TV 앞에서 최지성 부회장이 "(시연을 하기 위해 관람객이) 40분씩 서서 기다린다"는 설명을 들은 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신종균 사장으로부터 갤럭시 노트의 S펜으로 그림을 그려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회장은 삼성 부스를 돌아본 후 VIP실로 이동했다. VIP실에서 휴식 대신 보고를 받았다.

최지성 부회장은 이 회장이 떠난 후 "관람객과 취재진이 많을 것에 대비해 미리 경쟁사의 좋은 제품과 눈에 띄는 기술 등을 동영상으로 만들었다"며 "(이 회장이)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은) 칭찬을 별로 안 하는 분"이라며 "아무 말씀 없으시면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VIP실로 나와 기자단의 질문에 응답한 후 1시간 만에 컨벤션센터를 떠났다. 이재용 사장은 이 회장이 탑승한 마이바흐62s의 조수석에 앉아 동행했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은 별도로 마련된 승용차를 타고 전시장을 떠났다.

전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삼성전자의 TV 제품 못지 않게 인기를 끈 것은 삼성전자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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