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론스타과세·자동차세등 '조세전쟁' 본격화 될듯


현재 한국과 미국은 소리 없는 조세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론스타 등 미국 자본의 ‘먹튀’를 막기 위해 한미 조세조약에 투자자 거주지 국가로 돼 있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권을 소득 발생지 국가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자동차 세제를 놓고는 미국이 개편하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우리는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론스타가 우리 과세당국의 세금 추징에 불복, 국세심판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도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미국과 한국 정부간의 과세전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테이블에서 조세를 논의하자고 먼저 제의한 것은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여기에는 FTA 체결에 따라 자국 투자자ㆍ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받기 위한 한 방편으로 조세를 FTA 협상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겠다는 계산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세조약에서 제외된 세금 논의하자=이번에 처음 열리는 조세협상에 앞서 미국은 우리에게 주요 논의 내용을 보냈다. 대략적인 것만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조세조약에서 제외된 부분은 협상에서 논의하자’는 것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정회계법인의 국제조세 전문가는 “한미 조세조약뿐 아니라 세금 전반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 측이 론스타뿐 아니라 자동차세 개편 등 세금 전반에 대해 거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미국은 우리가 미국 자본의 ‘먹튀’를 막기 위해 요구하고 있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권 변경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재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 측은 로열티 세율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측 공문 내용을 현재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요구사항 중에는 국내 세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조세전문 변호사는 “FTA가 체결되면 론스타처럼 거대 차익을 남기고도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미국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덤핑ㆍ농산물도 격돌 예고=아울러 이번 5차 협상에서는 반덤핑ㆍ농산물 등을 놓고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우리는 미측의 반덤핑 제재 완화 조치를 겨냥해 ‘무역구제’ 분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무역구제에 관한 한 협상시한이 사실상 12월 말로 제한된 상태여서 5차 협상이 미측 반덤핑 제재 발동 요건을 완화할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무역구제 분야 진전에 협상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측은 여전히 무역구제 분야는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FTA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은 이에 맞서 쇠고기 등 농산물에 대한 전향적인 관세 철폐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요구를 자제해왔던 쌀시장 개방이 이번 협상에서 처음으로 거론될지 여부도 관심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제품의 특례 원산지 인정,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배정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로 했으며 투자 분야에서 분쟁 대상 범위를 축소하고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고수하기로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5차 협상부터는 커다란 진전이 있는 분야도 있겠지만 양국간에 협상 중단 및 결렬을 야기할 수도 있는 엄청난 갈등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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