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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부문 본상, 서울강남지구 A3블록 공동주택

유리 현관문… 공용마당… '이웃·세상과 소통'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 A3블록 공동주택은 동과 동 사이에 열린 마당인 ''커먼필드''를 설치해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각 동의 저층부 옥상에는 주민들이 직접 채소와 꽃 등을 가꿀 수 있는 텃밭과 휴게실을 조성해 주민들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노노메 캐널 코트 고단'. 일본 도쿄 도심 긴자(銀座)에서 약 5㎞ 떨어진 이곳에는 일본 도시재생기구(UR)가 조성한 2,0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단지가 들어서 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전체 코디네이터를 맡은 이 곳은 저렴한 임대주택도 고급스럽고 멋들어지게 지을 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적인 사례였다.

국내에서도 시노노메 캐널 코트 고단과 같은 감각적인 임대주택이 등장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서울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 A3블록 영구·국민임대주택 단지다. 지난 2010년 LH는 강남보금자리주택 A3·4·5블록에 대한 국제공모를 진행했고 A3블록의 설계권자로 야마모토 리켄을 선정했다. 구체적인 설계는 국내 건축가의 몫이었지만 야마모토 리켄의 손길을 거쳐간 주택답게 이 아파트의 곳곳에서 그의 건축적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시노노메 캐널코트 고단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밖을 향해 열린 집'이다. 철문을 닫아버리면 닫히고 마는 밀실과 같은 집이 아니라 이웃과 세상과의 소통이 가능한 주택이다. 유리로 만든 현관문이나 아래층과 위층을 수직으로 뚫은 공용공간 '커먼 테라스(Common Terrace)'를 설치한 것이 바로 그런 시도다. LH의 이 아파트 역시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집과 집은 서로 마주하고 있고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블라인드(가림막)가 있긴 하지만 현관문 역시 유리로 돼 있다. 또 일본의 '커먼 테라스' 대신 우리 문화와 맞는 '커먼 필드(공용마당)'를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 설치했다. 차가 다니지 않는 이 공용마당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골목길과 같은 느낌으로, 더운 여름철 골목길에 평상을 펴고 모여 수박을 나눠 먹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저층부의 복도도 열려있다. 국내의 복도식 아파트는 외부와 접한 복도 난간을 콘크리트 벽으로 막아버린다. 건너편 건물에서 바라보면 지나가는 사람의 상체만 겨우 보이는 정도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저층부의 복도 난간을 철제로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을 전부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난간 사이사이 전면을 가리는 회색 철판을 설치해 불규칙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열린 공간은 각 동의 옥상에 설치한 텃밭과 휴게공간에서도 잘 드러난다. 저층부 옥상에 설치한 텃밭은 40여개 필지로 나눠 추첨을 통해 뽑힌 입주민들이 관리하도록 했다. 이 곳은 1층의 커먼필드와는 또 다른 커뮤니티를 이루게 된다.


단지가 들어서는 대지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완만한 경사지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아파트 건물 역시 단차를 이용한 설계를 적용했다. 2개 동씩 마주 보도록 설계하고 경사로 생기는 뒷동의 지하 1층은 필로티 형식으로 만들어 주차장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아울러 햇빛과 조망, 바람길을 확보하기 위해 남향으로 각 동을 배치하되 저층과 고층을 섞고, 고층형 타워는 서로 엇갈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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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가 저렴한 영구·국민임대주택에 맞게 부지도 효율적으로 활용한 노력이 돋보인다. 주민공동시설을 한 곳에 모아두지 않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저층부 건물에 분산 배치했다. 어린이 놀이터나 입주민 쉼터도 건물과 건물 사이 혹은 단지 경계의 자투리 땅을 이용해 설치한 것도 눈에 띈다.

저층·고층 엇갈리게 배치… 다양한 조망권 확보

건축주 이재영 LH 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내 아파트 주거문화를 정착시켰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민간을 선도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바람직한 주거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재영(사진) LH 사장은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의 영광을 안게 돼 무척 기쁘다"며 "지금까지 LH가 추구한 가치를 계속 이어가 달라는 격려의 의미로 수상한 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사장은 본상을 받은 강남보금자리지구 A3 블록 공동주택에 대해 "기존의 이웃과의 소통이 부족함을 극복하고 이웃과 다양한 접촉을 통해 지역사회로 열린 주거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계획했던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세 가지 점에서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됐다고 평가했다. 우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면서 형태에 변화를 줘 특색있는 도시 경관을 창출했다는 것. 또 저층과 고층을 엇갈리게 배치해 다양한 방향으로 조망할 수 있으며 옥상 텃밭과 녹지로 연결된 선형의 열린 마당을 통한 친환경 주거단지를 구현했다는 점이 그것이다.이 사장은 앞으로 LH 아파트를 건전한 주거문화 공간을 만들어가는 장으로서 조성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 아파트는 도시 인구를 수용하고 편리한 생활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진행됐다"며 "앞으로는 이웃 간의 갈등과 문제 해결을 위해 밖으로 관심을 돌려 소통의 주거공간을 창조하는 시도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앞으로 공공주택이 고객중심으로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물량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와 연계한 주택공급체계로 전환하고 민간건설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모델을 적극 도입하겠다"며 "세대 결합형 주택 등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주택을 공급하는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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