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에 위치한 한 백화점의 지하 식품매장에는 매일 오후 4시가 가까워지면 긴 줄이 늘어선다.매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제과 코너에 갓 구운 인기 제품이 진열대에 나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주부들의 행렬이다.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만 진열대에 오르는 이 제품은 때로 판매 개시 후 1시간도 채 안돼 바닥이 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며 백화점 고객들을 끌어들인다.
지금 일본 백화점 지하의 식품매장은 고객들이 쇼핑이 끝나고 잠깐 들르는 곳을 넘어서, 백화점을 찾는 주목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오사카(大坂)의 대형 백화점인 한큐(阪急)의 경우 지난해 식품매장의 총매상은 360억엔을 웃돌아, 백화점 전체 매출액의 34.1%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을 정도다.
다른 주요 백화점들도 매상의 20~30%는 식품 매장에서 올리고 있는 실정. 주요 백화점에 입점해 인기를 모으는 반찬이나 도시락 가게들은 연일 장사진을 이루며, 하나의 브랜드로서 위상을 굳히고 있다.
백화점 식품매장이 일본인의 식생활의 중요한 일부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수년 전부터.
이후 '데파치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 지난 99년께부터는 일상 용어로 자리를 잡은 정도다. '데파치카'란 백화점(department store)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데파토'와 지하(地下)라는 의미의 단어인 '치카'를 결합시킨 말. 왠만한 음식점과 맞먹는 온갖 종류의 고급 반찬과 도시락, 제과류를 두루 갖춘 '데파치카'는 온종일 주부와 근방 회사원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처럼 백화점 식품코너가 백화점 고객 유치의 공신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입점 점포와 이를 관리하는 백화점 측의 공동 노력의 결과. 현재 전국의 백화점이나 전철 역 안에 11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반찬가게 '록필드(RF)'의 경우, 모든 반찬은 당일 제조에 당일 판매, 좋은 소재와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품질 향상을 위해 RF는 효과적인 생산관리 방식으로 정평이 나 있는 도요타자동차 측에 관리기법을 전수받기 위한 전문가 파견을 요청, 지난해 12월부터는 실제로 도요타측의 생산관리 전문가를 초빙해 생산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RF는 비교적 비싼 제품 가격과 전반적인 불황경제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 향상을 달성, 지난해 총매출액은 337억엔, 도심 주요백화점에서는 일일 매출액이 100만엔을 웃돌고 있다고 주간 경제지인 다이아몬드지는 최신호(2일자)에서 전했다.
백화점측도 제품과 매장 관리에 혈안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지하 매장을 새로 단장하거나 할 계획이고, 고객들의 꾸준한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위한 정기적인 입점 점포 교체, 유명 레스토랑과의 입점 계약 체결, 알려지지 않는 신규 업체 발굴에 적극 나서는 등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백화점측이 신경을 쓰는 것은 식품 안전관리. 유명 백화점인 미쓰코시(三越)에서는 매월 모든 판매 제품에 대한 세균검사, 매장내 위생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각 점포의 판매직원이 다른 점포의 안전ㆍ위생검사를 실시토록 하고 조리 음식에 사용되는 식품의 산지를 제한할 정도로, 고객 몰이를 위한 지하매장 관리에 철저를 기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황 경제 속에서 고객들을 잡아두기 위해선 식료품을 사기위해 '데파치카'로 몰린 고객들을 백화점 위층 매장으로 올려보내는 '분수효과'를 일으켜야 한다며, '데파치카'에서 백화점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