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달픈’ 국세청장에 대한 기대

노무현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언급한 `권력기관의 국민봉사기관으로의 재탄생` 문제는 바른 국정을 위한 정확한 진단이자 처방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그 중에서도 국세청장의 역할에 관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국세행정이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것이라는 데서 특히 관심이 간다. 노 대통령은 국세청장의 위상과 관련해 “옛날에는 정권을 위해 미운 사람 조사하고, 선택적으로 권한을 행사해 막강했지만 이제는 고달프고 별 볼일 없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장은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과 함께 이른바 권력기관에 속한다. 이들 권력기관은 노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듯이 과거 정부에서 국민 보다는 정권을 위해 공권력을 오ㆍ남용함으로써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 원인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국세청은 기업활동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나섰다는 얘기만으로도 조사대상 기업은 부도가 날 수 있는 것이 한국의 기업 환경이다. 기업의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의 징세권 발동은 매우 공정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징세권이 공평무사하게만 행사되지 않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정권에 협조를 강요하고, 정권에 비협조적인 기업과 개인을 응징하는 도구로 징세권이 발동되고 있다는 의심을 살만한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가까이는 이른바 `세풍`사건이나 언론사 세무조사사건도 그런 범주 안에 든다고 할 수 있다. 그 같은 잘못된 공권력 행사는 그것 자체가 비밀이어야 했다. 그 같은 필요에서 권력기관장의 발탁기준으로 충성심과 신뢰성이 강조되었다. 과거 영ㆍ호남간 지역대결의 정치구도였을 때 권력기관의 장을 대통령과 동향의 인사로 앉히는 악습도 거기에서 연유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새 정부의 장ㆍ차관 인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권력기관장 인선에서 특정지연이 현저히 배제되고 있는 점이다. 국세청장 인사만 해도 노대통령의 형의 인사개입설로 한때 과거의 관행이 되살아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으나 호남출신에, 비국세청 출신이 새 청장으로 임명됐다. 국세청은 `고달프고 볼 일없는 기관`이 됨으로써 공평과세를 이룩해 보람과 자긍심을 살리는 봉사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 어느 정부건 처음 출발할 때는 새로운 각오를 말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각오가 흐려지면서 과거로 되돌아 가곤 했다. 우리는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정국운영 원칙과 인사 원칙이 임기 내내 지속되기를 바란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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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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