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회에서 이란과의 핵협상 승인을 거부하자 오바마 행정부는 극히 이례적으로 달러화 기축통화 지위가 위협받을 우려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러시아, 중국, 서구 동맹국 등과 합의한 이란 제재 해제를 의회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 달러화는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매우 빠르게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이 자국의 정치적 목적과 다른 나라의 경제제재에 달러 패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불만이 거세다. 지난해 미국이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에 이란ㆍ수단 등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벌금 89억달러를 부과하자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이 "국제결제 통화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반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잭 루 미 재무장관도 이날 "동맹국 없는 이란 제재는 극히 어렵고 (다른 나라가 미 국채 매입을 줄이는) 보복을 초래하면서 미국이 잠재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이란 제재를 유지할 경우 글로벌 은행으로서의 미국 위상에 금이 갈 것"이라며 "미 국채의 주요 매수자인 중국 등이 미 금융 시스템에서 이탈하며 경제의 심각한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이는 공화당 압박용 엄포라는 게 중론이다. 공화당은 이란 핵협상 합의안을 60일간의 의회 검토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7일 이후 실시될 투표에서 부결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3분의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합의안이 좌초될 가능성은 낮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반대표가 나오고 있어 결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후안 사라테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의회와의 협상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위험을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공화당의 잇따른 행보가 중국 위안화 부상과 맞물려 달러 패권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지난 6월 "미 의회의 실수 때문에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면서 기존의 국제금융기구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0년 IMF가 결의한 쿼터 개혁안을 미 의회가 거부하자 신흥국들이 미국 주도의 금융질서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