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부도덕한 특권의식이 사회 망친다

■ 그들은 왜 뻔뻔한가<br>아론 제임스 지음, 추수밭 펴냄


최근 이름을 대면 알만한 한 대기업 임원이 항공기 승무원에게 '라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수 차례 라면을 끓여오게 하는 등 추태를 부려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또 얼마 전엔 60대 중소 제빵업체 회장이 50대 호텔 현관 서비스 직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자 급기야 회사 문을 닫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무례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미국의 철학자 겸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부교수인 저자는 법과 관습을 무시한 채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을 '골칫덩이'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우리 입에서 저절로 욕(Assholesㆍ항문)이 나오게 만드는 골칫덩이들을 사례별로 고찰하면서 이들이 왜 뻔뻔한 행동을 저지르는지, 그리고 이들이 지닌 부도덕한 특권 의식이 어떻게 사회를 망치는지를 분석한다. 실제로 우리 말로는 망나니, 철면피, 꼴통, 저질 등 부정적 의미의 욕설인 'Assholes'는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


트루먼 대통령의 입에서 '멍청한 개자식'이라는 욕이 나오게 만든 전쟁 영웅 맥아더 사령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기계(아이폰 등)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은 장애인 구역에 주차하거나 동료들에게 악담을 퍼부어도 된다고 믿은 스티브 잡스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위인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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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처럼 힘있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골칫덩이가 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상당수 골칫덩이 상사는 '내가 상사야'라는 잘못된 확신에 사로잡혀 회사 밖에서도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고집하며 무례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들은 자기 합리화를 통해 자신이 받아야 할 몫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다른 사람을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불만이나 지적에도 면역이 돼 있다.

저자가 분류한 골칫덩이 유형 가운데에는 월가 금융인들도 상당수 포함되는데, 세계 금융위기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 낭비를 부른 그들이 여전히 성과급에 집착하는 심리를 명쾌하게 분석했다.

저자는 게임 이론 모델을 통해 협력적인 사람들로 이뤄진 조직이라도 골칫덩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결국 '만인 대 만인'의 경쟁만 남는 비극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자본주의가 특권 자본주의로 변질되는 세계적인 흐름을 짚으면서 사회 구성원이 공정성 회복을 위해 교육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1만 5,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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