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자리는 자고 나면 길 떠나는 여관으로 여겨야 한다.”
26일 충북 충주의 수안보상록호텔에서 열리는 건축분야 민원공무원 연찬회. 20여년간 건설교통부 기술직 공무원으로 젊은 시절을 보낸 50대가 이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강연했다.
주인공은 현재 쌍용엔지니어링㈜ 대표인 안영기 씨. 그는 지난 1968년 7급 토목기술직으로 시작, 1990년 지금의 사무관인 토목기좌로 공직생활을 마쳤다. 그는 “기술적 조언도 좋지만 내가 느꼈던 희망 없는 공직사회가 아닌 앞으로 깨어나는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하며 후배 공무원들과 만난다”고 말한다.
안씨가 당시 건교부 업무를 이해하지 못한 낙하산 인사 장관의 비현실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뜻으로 장관의 정례조회 때 전 직원과 함께 퇴장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그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고 한계만 있었다. 이상이 있어도 법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며 “윗사람에 비위 맞춰 출세하려는 공직사회에 미련이 없었다”고 공직을 버렸던 그때를 회고했다.
그렇게 공무원을 그만뒀지만 공무원과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그는 쌍용엔지니어링 대표 이전부터 한국건설품질연구원 상임이사, 남광엔지니어링 부사장 등 민간기업 간부로 재직한 지난 13년 동안 매달 한차례씩 후배 공무원을 위한 강연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
안씨는 이날도 후배들에게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언급하며 이렇게 충고했다. “가끔 평생을 공직자인 줄 혼동하는 분도 있으나 인생은 길고 공직생활은 유한한 것, 즉 공직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