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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전체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담당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산업의 근간이 되고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 국내 단일기업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00조원을 돌파한 삼성전자도 지난 1960년대 설립 초창기에는 중소기업이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중소기업의 성장 발전이 얼마나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 잘 알 수 있다.
중소기업 육성의 목소리는 높지만 실제로 대기업은 부당한 납품단가인하, 기술개발 탈취, 중소기업 영역의 침해, 불공정거래 등을 해왔다. 금융회사들은 담보를 요구하며 대출을 꺼리고 있다. 또한 우리 자식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한다고 하면 이를 선뜻 찬성할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 중소기업은 인력확보부터 자금조달ㆍ생산ㆍ판매에 이르기까지 많은 애로와 고충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특히 금융회사에 대한 불만 중 하나가 햇볕이 들 때 우산(자금)을 빌려줬다가 비올 때 우산을 뺏는 것이란다. 금융회사가 돌변할 것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의 우산은 약한 바람에도 날아가고 때로는 손에 든 우산도 빼앗긴다고 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육성 의지를 보이자 금융 분야 정책기관과 금융회사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하니 이런 문제는 어느 정도 완화되리라 생각된다.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회사로서는 경기침체로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면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행의 금융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이 필요하다.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은행이 유망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자에게 연결시켜주고 자본회수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본조달이 가능하다.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중소기업에 상시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 과거 코스닥 붐이 일었을 때 코스닥시장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등에 많은 자본공급기능을 수행했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은행중심의 금융정책 관행이 바뀌고 자본시장을 벤처기업과 유망중소기업의 자금을 공급하는 장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