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獨ㆍ佛정부 관료 2명 ECB 이사로

ECB 향후 정책방향 둘러싸고<br>양국 대리전 치열해질듯


유럽중앙은행(ECB)의 '심장'으로 통하는 6인의 집행이사 가운데 2명이 독일과 프랑스 측 친(親)정부 인사로 물갈이됐다. 정치적 독립을 금과옥조로 여겨온 ECB에 현직 정부관료를 임명한 것은 그만큼 양국의 사정이 다급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독일과 프랑스가 ECB에 본격적으로 입김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향후 정책흐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정부가 ECB 통화정책에 반기를 들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위르겐 슈타르크 이사와 로렌초 비니 스마기 이사의 후임으로 요르그 아스무센(왼쪽) 독일 재무차관과 브누아 쾨르(오른쪽) 프랑스 재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1일 각각 공식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아스무센 차관과 쾨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과 프랑스 재무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어서 ECB의 향후 정책방향을 둘러싼 양국의 대리전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아스무센 신임 ECB 이사는 대표적인 '메르켈의 남자'로 통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권력을 잡은 지난 2006년부터 정부 재무정책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그리스 부채 50% 탕감과 같은 내용을 담은 구제금융안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현 독일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인 옌스 바이트만과도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해 가까운 사이다.

관련기사



쾨르 신임 이사 역시 프랑스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프랑스 통계청인 인시에서 일하다 1995년부터 재무부에 몸을 담았고 1999년에는 재무부 외환국장을 지냈다. 프랑스의 외채전담 기구인 ATF의 대표이사직도 수행해 국채관리 경험도 풍부하다.

문제는 ECB의 역할을 둘러싼 이들의 입장이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쾨르 이사는 지난해 12월 중순 유럽의회에 출석해 "경제여건이 악화된다면 국채시장 개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최상위 신용등급인 AAA 지위를 잃을 처지에 놓인 프랑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발언인 셈이다.

반면 아스무센 이사는 국채매입 확대에 반대하는 독일 정부의 기존 입장에 충실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독일의 경우 유로본드(유로존 17개국이 공동 발행하거나 보증하는 채권) 도입과 같은 대책에는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슈타르크 전 이사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주도권 확보를 위한 첫 번째 전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적 독립성을 잃은 ECB의 앞날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이미 대표적 '매파'인 슈타르크 이사와 스마기 이사가 자의반타의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ECB가 유럽 강대국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RBS의 자크 카이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각 정부의 핵심에서 파견된 이들이 정치적이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서일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