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2`를 `18세 이상 이용가`로 분류해 게임업계가 또다시 어수선하다. 지난해 이맘 때쯤 이른바 `리니지 파동`이 업계를 휩쓸고 지나간 지 꼭 1년여만이다.
1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여러 모로 닮아있다. `예상`대로 리니지ㆍ리니지2가 성인 등급 판정을 받은 점, 영등위의 `표적심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점 등이 그렇다.
리니지2의 심의가 있기 한두 달 전부터 업계에는 영등위가 리니지2를 계기로 게임업체 손보기에 나설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떠다녔다. 물론 이 같은 `괴담`의 실체와 영등위의 판정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함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리니지2가 과연 성인용 게임인 지의 여부도 결국 영등위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영등위에 대한 신뢰가 우려스러운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리니지2는 지난 1월 `15세 이용가` 등급으로 분류된 게임이었다. 게이머들이 보기에 그때와 지금의 리니지2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 왜 등급이 변했는지에 대한 영등위의 성의있는 설명도 없다. 남은 것은 “영등위가 끝내 일을 저질렀다”는 막연한 불안감과“다음 희생양은 누구냐”는 섣부른 예단 뿐이었다.
리니지로 대표되는 온라인게임의 폐해가 사회여론을 크게 악화시킨 마당에 영등위가 겪었을 고민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영등위는 말 그대로 영상물의 이용등급을 분류해 올바른 이용을 권장하는 기구일 뿐이다. 온라인게임의 진짜 폐해는 게임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청소년ㆍ성인 가릴 것 없이 수많은 폐인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게임내용에 대한 단순한 등급 규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심의위원이 “리니지는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청소년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힌 대목은 매우 우려스럽다. 정작 손대고 싶은 것은 게임중독ㆍ아이템거래 등인데 이는 제도적 규제가 어려우니 애매모호하지만 법적 근거가 확실한 선정ㆍ폭력성 등의 잣대로 옭아매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반발을 부르는 무리한 판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이 선행되지 않은 채 구시대적인 `선정`과 `폭력`의 잣대만 움켜쥐고 있다면 영등위를 둘러싼 잡음은 내년, 내후년에도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김문섭기자(정보과학부) cloon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