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지럽다.
실물경제가 좀처럼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파업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의 불법 파업에 대해 정부가 공권력으로 정면 대응하자 노사갈등이 노정(勞政)대립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28일 철도노조 파업 현장에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 해산하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양대 노총은 대규모 가두 시위 등을 통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동계의 파업이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이 무산됨에 따라 덩치와 힘을 키우려던 노동계의 시도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는 앞으로는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함에 따라 노동계의 기세가 다소 꺾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정대결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가 큰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한국노총은 30일 조합원을 최대한 동원해 대규모 가두시위를 펼칠 계획이다. 이런 시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노동정책의 변화방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계는 불법 파업에 대해 정부가 강력히 대응해야 투자심리도 비로소 살아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는 노동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전경련은 3일 법치주의 노사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결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실물경기가 4년여만에 최악의 침체를 나타내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임시국회를 통해 추경 등 민생안건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정부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증액 등 경기부양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곧 투자활성화 방안 등 하반기 경제운영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등 동남아를 강타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진정됨에 따라 수출 및 투자도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차세대 성장동력 선정 작업도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은 이번 주 중 차세대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지원분야 및 품목을 조정, 확정할 예정이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