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PL법 시대의 기업과 소비자 자세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 된지 한 달이 지나면서 우려했던 대로 피해상담 및 분쟁사례가 늘어나고 이를 악용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아 기업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이에 대한 대비는 아직도 미미하기만 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는 등 허둥거리는 실정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앞으로 피해상담과 분쟁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기업의 'PL경영 마인드'가 요구된다. 중소기업청 및 14개 업종별 PL분쟁조정센터에 접수된 제조물 피해와 관련된 상담 및 분쟁은 300건에 육박하고 있다. PL관련 문의사항은 1300건을 넘어섰다. 상담이나 분쟁내용은 정수기의 온수에 어린아이가 화상을 입거나 컴퓨터나 TV 등의 화재로 인한 피해 보상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하는 기업으로선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다. PL법은 소비자가 제조물의 결함으로 다치거나 재산상의 손을 입었을 경우 제조업자가 제품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을 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일단 분쟁이 발생하면 기업으로선 인력과 시간을 뺏기는 것은 물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거액의 피해보상 부담 등으로 경영난을 겪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 이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PL법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소비자들의 악용도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랍장의 서랍에 아이가 들어가 놀면 흔들린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황당한 사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도 PL법으로 권익이 향상됐으면 의식수준도 그만큼 높아져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소비자가 많다. 이러한 소비자의 행태는 PL법 정착에 걸림돌이 된다. 기업도 소송사태에 대비해 신경을 곤두세울 것 만이 아니라 제품 결함의 사전예방과 사후대책을 철저히 해 이를 해쳐나가야 한다. PL경영태세로 무장하고 제품결함을 배제해 나간다면 이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 PL보험에 가입하고 관계전문가 양성 및 사내에 대책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전사적으로 대응하면 PL법을 두려워할 것이 없다. PL법을 완전한 제품생산의 기회로 삼는 기업만이 앞으로 살아 남을 수 있다. PL법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업이나 소비자나 한동안 허둥거릴 것으로 보인다. PL법에 대한 홍보부족도 기업과 소비자들의 이 법에 대한 대비와 인식 부족을 초래한 면이 없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기업은 완전한 제품생산에 힘을 기울이고 소비자는 권익이 신장된 만큼 기업에 대한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 서로에 대한 배려야 말로 PL시대의 기업과 소비자의 올바른 자세라고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