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증권시장에 기업공개를 추진할 유망 대기업이 거의 없다.’ 증권선물거래소가 미상장된 유망 대기업의 기업공개를 적극 유도, 시장 볼륨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실제로 유치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외국계 기업이거나 상장비용 부담증가를 우려해 상장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증권선물거래소가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법인 9,900여개사(2002년 결산기준) 중 유가증권시장의 상장규정을 충족하는 법인은 341개사에 불과했다. 또 이들 기업 중 자본총계가 2,000억원을 넘는 대형 법인은 33개사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 기업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외국계 법인들이다. 실제로 상장요건을 충족하고 자본총계 2,000억원을 넘는 대형사 중 외국인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소니코리아ㆍ롯데캐논ㆍ유한킴벌리ㆍ오비맥주ㆍ한국쓰리엠 등 12개사에 달한다. 때문에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증권사들은 사실상 외국인 지분이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상장 유치 대상기업에서 아예 제외시키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IB 관계자는 “외국인이 주요주주로 있는 기업은 한국 합작법인을 생산공장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상장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상장을 추진하는 국내 대형 법인들도 많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IB팀들은 롯데 계열 기업의 경우 여전히 상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도 집단소송제 시행 등으로 인해 상장유지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공개 및 신규 상장을 꺼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 중 33.7%가 증권집단소송제가 상장 유지에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답했고, 특히 70%는 상장에 따른 편익보다는 부담이 훨씬 크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한 대형 증권사 IB팀 관계자는 “기업공개를 하면 주총ㆍ투자자ㆍ상장규정 등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알짜 기업들은 공개를 꺼린다”며 “심지어 의도적으로 상장폐지를 하기 위한 상담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에서 “시장을 주도할 국내 우량기업의 신규상장 가능성이 축소되면서 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모색하는데 애로점이 많다”며 “해외기업의 국내상장 유치를 통해 시장확대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만 상장기업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상장유지 비용이 적은 싱가포르ㆍ홍콩 등의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STX팬오션은 국내 상장을 포기하고 홍콩이나 싱가포르 증시에 직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